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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소외지역 청소년 성교육도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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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다은이 “그림속 사과 먹으면 남자와 자야”
초등학교 고학년 되도록 ‘생리’ 단어조차 몰라
조손·한부모 가정 많아 부모지도 받을 기회 적어무료 교육기관은 서울 몰려
“학교 정규교과 편성 시켜야” 신체 발달이 빨라지면서 초등학교 3~4학년부터 사춘기가 시작되고 어린 나이부터 인터넷 등을 통해 음란물 접촉 빈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가정에서 세심한 보살핌을 받기 어려운 저소득층·소외지역 아이들은 적절한 성교육 없이 무방비로 성적 변화기를 맞고 있다. #1. 경기도의 한 도·농 복합지역에 있는 ㅂ청소년문화의 집. 11살 다은이(가명)는 도화지에 나무 한 그루를 그렸다. 나무에는 빨간 사과들이 주렁주렁 열렸는데, 유독 한개만 푸른 빛이었다. “이건 왜 푸르니?” 사회복지사 신선영(25)씨의 물음에 다은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답했다. “이 사과를 먹으면 남자와 자야 해요.” 신씨가 조금 짧은 치마라도 입고 오는 날이면 “누굴 꼬시려고 야한 옷을 입어요?”라며 나이에 걸맞지 않은 타박을 하던 다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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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성교육을 몇 차례 받았나? / 성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받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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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센터는 지식 전달 위주의 기존 성교육 방식을 벗어나 아이들과 대화와 토론을 통해 성교육을 하려, 초등학교 3~6학년생 10~15명 정도의 소그룹 단위로 교육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더 많은 아이들이 성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지역민들의 끊임없는 요청에, 결국 한꺼번에 250여명을 모아 놓고 교육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아하센터의 신혜선씨는 “프로그램 시작과 동시에 신청이 몰리면서 벌써 내년 말까지 예약이 꽉 찼다”며 “수요는 넘치는 데 공급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20살 이하 청소년 성범죄 피해자는 전년 대비 36%가 늘어난 5159명이었고, 가해자가 청소년인 경우도 36.1%가 늘어 3778명에 이르렀다. 이처럼 성범죄에 노출된 청소년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저소득층·소외지역 청소년들이 성교육을 접할 수 있는 통로는 여전히 막혀있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성교육도 부실하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그나마 지난해 2학기부터 학교별 성교육 시간을 한 해 10시간 이상으로 의무화했지만, 건강사회를 위한 보건교육연구회(건사연)가 지난 4월 전국 초·중·고교생 102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절반 가량이 한해 1~2차례만 성교육을 받거나 아예 받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성교육 방식도 인쇄물 교육, 비디오 청취 등 ‘시간 때우기식’인 것으로 조사됐다.(그래프 참조) 김지학 건사연 공동대표는 “강당에 수천명씩 모아놓고 잠깐 강의한 것을 성교육 실적으로 보고하거나, 가정통신문을 내보낸 뒤 성교육을 한 것으로 거짓 공문을 만들기도 하는 등 학교 성교육이 파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학생들의 성과 건강을 뼈대로 한 보건교육이 하루 빨리 정규 교과과정으로 편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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