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02 19:52
수정 : 2007.08.02 19:52
‘고혈압 진단서 받기’ 수법…인천경찰청 “유사범죄 수사 확대”
간단한 동작만으로 혈압을 마음대로 조절해 병역을 면제받거나 공익근무 판정 등을 받은 신종 병역비리 사범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인천경찰청 수사과는 2일 혈압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방법을 터득한 뒤 입영 대상자들에게 돈을 받고 정보를 알려준 혐의(병역법 위반)로 오아무개(26)씨를 구속했다. 또 오씨가 알려준 방법을 이용해 병역을 면제받거나 공익근무 판정을 받은 입영 대상자 12명을 적발해 이아무개(22)씨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4명은 조사하고 있다. 오씨는 2004년부터 이씨 등 12명에게 혈압을 평상시보다 높여 ‘고혈압’ 증세로 병역을 면제받는 수법을 알려주고 1인당 200만~300만원씩 모두 3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현역 입영 대상자였던 오씨는 2003년 10월 몸이 아파 병원에서 혈압 측정을 하던 중 간단한 동작만으로 혈압이 평소보다 30~40㎜Hg 가량 올라가는 것을 알게 된 뒤 이 방법으로 자신의 혈압을 높여 고혈압 진단서를 발급받아 공익근무 판정(4급)을 받았다.
이후 오씨는 인터넷에 “군 면제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라는 글을 올린 현역 입영 대상자들에게 “병역을 면제해 드립니다. 4급을 받게 해드립니다”라는 전자우편을 보냈다. 그는 만나자고 연락이 오면 현장에 혈압계를 가져가 간단한 동작만으로 혈압이 올라가는 시범을 보인 뒤 2~3일 연습하면 누구든 가능하다고 방법을 알려줬다. 실제로 오씨에게 이 수법을 배운 12명 가운데 10명은 공익근무 판정을, 2명은 면제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오씨의 수법이 알려질 경우 유사 범죄가 잇따를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수법은 공개하지 않았다.
인천경찰청 수사2계 우수호 경위는 “2004년 이후 고혈압 환자로 병역을 경감 또는 면제 받은 사람이 인천·경기 지역만 370명으로 파악됐고, 전국적으로 보면 수천명에 이른다”며 “이런 유사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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