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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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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뒤 서구화로 ‘남방계 미인’ 복권했죠”
얼굴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조용진 교수(57·한남대 미술대학 객원교수)가 ‘미인’에 대한 책을 냈다. 최근 출간된 〈미인〉(해냄)에서 우리 시대 미인의 얼굴을 분석한 조 교수는 “미인의 범주에서 북방계한테 수천 년간 밀렸던 남방계가 지난 50년 동안 복권했다”고 말했다. “미인은 뇌에서 만들어낸 시각적 평균과 후천적으로 교육받아 개인이 갖게 된 가치관에 부합하는 사람입니다. 시베리아의 냉혹한 추위를 견디며 평평한 얼굴에 이목구비가 작은 특징을 갖게 된 북방계형이 한반도에 내려와 큰 키에 좋은 체격으로 지배층을 형성해 미인의 기준이 됐습니다. 해방 뒤 유럽 인종을 한국에서도 자주 볼 수 있게 되고 서구적인 가치를 추구하게 되면서 동양인의 바탕에 쌍꺼풀이 진하고 턱이 작은 유럽 인종의 특징이 나타나는 남방계형이 미인으로 자리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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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진 교수(왼쪽)가 한국형 미인의 대표적인 두 가지 유형을 설명하고 있다. 남방계형 미인(오른쪽 위)은 둥글고 이목구비가 오목조목한 반면 북방계형 미인(오른쪽 아래)은 갸름하며 눈·코·입이 작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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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열망’ 동양화 전공 뒤 해부학 7년 공부
“얼굴은 뇌 싼 보자기” 연구소 세워 ‘관계 규명’ 그의 연구는 얼굴 각 부분의 길이와 비율, 형태를 측정해 철저히 수치화한 데 바탕을 둔다. 책에도 얼굴에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줄을 그어 길이와 비율을 잰 사진이 여러장 실려 있다. “어려서부터 형태 감식력이 뛰어났어요. 사물을 그릴 때도 어른처럼 실물에 가깝게 그렸습니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는데, 제 그림은 정확하긴 했지만 보는 이에게 감동을 안겨주지는 않았죠. 한마디로 예술성은 떨어졌습니다.” 예술가가 되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동양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꿈꿨던 그는 미술해부학에 집중하기로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의과대학에 해부학 조교로 들어가 7년 동안 공부했다. 얼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미술학도로서 한국인의 특징을 얼굴 형태의 측면에서 찾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정신적인 측면에서 밝히려는 연구는 많았지만 얼굴 연구는 없는 게 유독 눈에 띄었다. 197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얼굴의 여러 곳을 재고 얼굴등고선 촬영장치를 직접 만들어 찍었다. “현재 한국인의 얼굴이 매우 다양하지만 조상을 추적해보면 이주해 온 시기에 따라 크게 북방계와 남방계로 나눌 수 있는 6~7개의 얼굴형을 지닌 조상으로 소급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얼굴 연구는 생각보다 실용적으로도 쓸모가 많다. 사람의 얼굴 표정을 읽을 수 있는 간병 로봇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연구와 우주에서 중력의 변화에 따라 사람의 얼굴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측정하는 연구 등을 그가 세운 얼굴연구소에서 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뇌와 얼굴의 관계를 연구할 예정이다. “얼굴은 뇌를 싼 보자기와 같아서 보자기를 보면 속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있지요. 얼굴과 뇌, 문화의 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글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사진 노혜민 인턴기자(한동대 국제어문 4) waiting4dadasi@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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