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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06 15:38 수정 : 2007.08.06 15:54

모란시장에서 팔리려고 기다리고 있는 '누렁이'들. <인디펜던트>는 "서울 시내의 개고기 유통 중심지는 청량리와 모란이며, 개들은 철창에 갇혀 사슬에 묶여 있다"고 보도했다.(사진 출처 : 한국동물보호협회) ⓒ 한겨레 블로그 탐스런

신생 '독립신문' <인디펜던트>의 오보

"오늘(3일)은 한국인들이 매년 10만t 이상의 개고기를 먹어치우는 사흘(복날?) 중 하루인 ‘말복’ 축제의 날이다." "보신탕집 메뉴엔 개를 액체로 만들어 약초에 절인 개소주도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3일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소개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인들이 성적 능력을 높이기 위한 정력제로 보신탕을 먹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기사를 쓴 대니얼 제프리스 기자는 이 기사에서 다소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복은 3일이 아닌 14일이며, 일반적으로 보신탕집에선 개소주를 팔지 않는다.

■ 올해 말복은 14일: 세 차례의 복날은 여름철의 가장 더운 시기에 해당되며, 우리는 이 기간의 더위를 삼복더위라고 부른다. 과거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술과 음식을 마련해 계곡이나 산에서 더위를 피하는(피서) 풍습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복(伏)자의 뜻 역시 ‘엎드리다’‘피해 숨다’는 의미를 가진다. 복날의 날짜는 해와 날을 구분하는 십간(十干·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가운데 경(庚)의 날에 해당되는 날들로, 매년 날짜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초복은 양력인 하지(6월22일)이 지나고 세번째 경의 날 △중복은 네번째 경의 날 △말복은 24절기 가운데 13번째인 입추가 지나고 첫번째 경의 날이기 때문이다.

■ 보신탕집엔 개소주 안 팔아: 한편, 개소주는 <인디펜던트>가 소개한대로 “음료나 국물’이 아니라 한의학상의 민간 처방, 즉 음식이다. 과거 개소주는 큰 솥에 개고기와 첨가품을 넣어 함께 밀폐한 뒤 장작불로 달궈 증류시켜 만든, 보드카·안동소주와 같은 증류주였던 것으로 전한다. 달여서 맺힌 수증기를 받아 만든, 말 그대로 투명한 빛깔의 '소주'였을 것이다. 오늘날 개소주는 개고기와 첨가품을 달여 즙을 짜낸 밤갈색 액체다. 요즘은 증세에 따라 한약재를 넣어 같이 달이고 있다. 개고기를 재료로 하긴 하지만, 보신탕집에서 팔 만한 음료는 아니다.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소개한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3일자 인터넷판. <인디펜던트>는 1986년 창간된 신문으로, 가장 오래된 신문인 <타임스>의 기자들 가운데,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인수에 반대한 이들을 중심으로 만든 ‘독립 신문’이다. ⓒ 한겨레 블로그 탐스런

한국에서 보신탕이 환영받는 것만은 아니다

기사의 의도는 한국에서 보신탕이 모든 한국인들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를 전하려는 것이다. 이 기사는, 최근 한국 농림부는 30세 미만의 한국인 59%가 개고기를 먹지 않으며, 같은 세대의 29%는 개를 식용이 아닌 애완용으로 대한다고 한 통계를 근거로 제시한다. 한국애견협회는 개고기를 "불법"이며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은 "미쳤다"고 말한다. 보신탕에서 팔린 개의 마릿수가 2002년엔 3백만마리에 가까웠지만, 2005년 230만마리로 줄어드는 등 소비량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숫자라는 게 이 신문의 지적이다. 더욱이 개고기 합법화의 움직임은 '동물보호론자'들에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한겨레 국제부의 너그러운(?) 반응

여하튼 이날 오전 <인디펜던트>의 오보를 접한 뒤, <한겨레> 국제뉴스팀은 점심식사 메뉴를 삼계탕으로 결정했다. 공덕동 주택가 골목 안의 '이조삼계탕'의 쌉싸름한 인삼주에 걸쭉한 삼계탕 한 그릇을 비우고 나오면서, 탈레반 납치사건으로 17일째 계속되는 야근에 눈이 퀭해진 모습으로 한 마디씩 말하며 힘을 냈다. "<인디펜던트> 덕에 때아닌 몸보신 했네."

'이조삼계탕' 위치. 30도를 웃도는 점심시간 날씨 속에선, 고작 200미터 거리를 걸어서 왕복했음에도 비지땀이 웃옷을 적셨다. (사진출처: 구글어스) ⓒ 한겨레 블로그 탐스런

복날은 영어로 '개의 날들'(Dog Days)

개의 별 시리우스 한편, 한영사전들은 우리말의 '복날'이 어원 자체에서는 개와 아무 관계가 없음에도 dog days(개의 날들)이라고 번역하고 있어 흥미를 끈다. 한국인들이 개 먹는다고 해서 복날을 개의 날들이라고 부를까?

개의 날들이라는 이름은 고대 로마에서 한창 더운 날들을 '카니큘라레스 디에스'(caniculares dies, 개의 날들)이라고 부른 데서 기원한다. 해마다 가장 더운 시기가 되면, 북반구에선 별자리 '큰개자리'가 태양과 함께 뜨고 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서양에선 이 시기 큰개자리 별인 시리우스의 열이 태양열에 보태어 날씨가 더워진다고 생각했다.

시리우스는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로 '개의 별'로도 불린다. 큰개자리는 오리온이 데리고 다니던 사냥개로 전해진다. 고대인들은 '개의 날들'이 이르기 전에 시리우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갈색 개를 잡아 제단에 바쳤다. 전통적으로는 7월3일부터 8월11일까지 40일의 기간의 이 기간이 되면, 고대인들은 "바다는 끓고, 포도주 맛은 시고, 개들은 미치고, 모든 생물들이 게을러지며, 사람들은 열과 히스테리·발작에 시달린다"고 믿었다.

별자리 큰개자리는 한자문화권에서는 천랑성, 즉 늑대자리로 불린다. 가장 밝은 코부분의 별이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시리우스, 즉 개의 별이다. ⓒ 한겨레 블로그 탐스런

보신탕에 대한 외신들의 불순한(?) 관심

올림픽, 월드컵 등 국제적인 행사가 한국에서 열릴 때마다 서유럽의 언론들은 야만인을 대하듯이 한국의 보신탕 문화를 앞다퉈 보도한다. 2011년 대구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개최되면, 서울·대구 시내의 보신탕집은 다시 한번 전세계적 주목을 받을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이런 '취재가 덜 된' 기사를 쓴 의도를 알 수 없지만, 한국에 애완견을 키우고 개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소개하는 이번 <인디펜던트> 류의 기사들이라고 해서 아무 문제가 없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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