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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07 14:10 수정 : 2007.08.07 14:10

행정도시 세종시의 전체 조감도. ⓒ 한겨레 블로그 김규원

지난 7월20일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기공됐습니다. 2012년까지 19개 중앙부·처·청을 포함해 49개 중앙 행정기관이 옮겨가는 행정도시 세종시 건설은 한국 역사상 손꼽히는 대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2002년 대통령 선거 때부터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기자로서 제게는 상당한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오랜만에 쓰는 이 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행정도시 세종시의 전체 조감도

저는 개인적으로 이 사업의 초기 단계부터 행정도시가 현재와 같은 신도시형으로 지어지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신도시형으로 짓는다는 것은 우리가 수도권 신도시를 지을 때 많이 봐왔듯 해당 지역을 완전히 쓸어버리고 새 도시를 짓기 때문에 여러 문제들을 일으킬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싹쓸이형 도시·시가 건설은 해당 지역의 역사나 문화, 환경, 지형 등 여러 특성을 없애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 나름으로 이 행정도시 건설의 대안을 생각해봤는데, 제가 판단하기에 더 좋은 방안은 신도시형 행정도시를 건설할 것이 아니라, 기존 도시에 신시가형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었나 합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대전시의 어느 지역에 ‘임시 행정수도’(영구적인 행정수도나 행정도시가 아니라)를 마련했다가, 앞으로 통일이 된다면 서울이든, 평양이든, 아니면 제3의 어느 도시이건 적절한 곳에 다시 옮기는 것이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대전에 그대로 두는 것도 검토하는 데 포함될 수 있겠죠. 대전에 임시행정수도를 짓는다면 기존의 연기·공주에 행정수도, 또는 행정도시를 건설하는 것에 비해 많은 장점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만 들어볼까요?

첫째로 대전에 임시 수도를 짓는 것은 통일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행정도시 건설과 관련해 노무현 정부의 논리 가운데 큰 취약점은 통일 이후의 수도 문제에 대해 이렇다할 답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은 2003년 11월 “통일수도 문제가 통일의 방식, 시기 등에 영향을 받는 복잡한 사안이므로 통일되는 시점에 가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2월 “통일 수도는 판문점이나 개성 일대에... 상징적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최근 이 문제의 핵심 책임자였던 이춘희 건설교통부 차관(전 행정도시건설청장)에게 물어보니 이 차관은 “세종시를 잘 만들어 놓으면 통일이 되는 시점에서 당대의 사람들이 잘 판단해서 통일 수도의 입지를 결정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이나 행정도시청의 책임자들도 행정도시 건설과 통일 수도 사이의 문제에 대해서는 정리된 의견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통일 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제가 이미 제 블로그 ‘헐렝이의 도시잡기’의 ‘도시잡기’ 코너에 ‘통일 수도는 평양으로’라는 글을 올려놓은 것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블로그 주소는 http://blog.hani.co.kr/bum0823/입니다.)

그러나 대전으로 임시 수도를 옮기면 그 역할과 기간은 얼마든지 융통성 있게 정할 수 있고, 따라서 통일 이후에 수도를 결정하는 문제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대전을 통일될 때까지의 한시적 수도로 정하고, 그 목적을 지역균형발전의 중추나 기지로 정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대전 임시 수도가 현재의 행정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일 문제에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전에 임시 수도를 옮기면 통일 뒤에 다른 곳으로 수도를 옮기더라도 대전이라는 도시에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대도시로서 규모와 힘, 자립성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반면 현재의 연기·공주에 행정도시를 건설했다가 통일 뒤에 다른 곳으로 옮긴다면 문제는 심각합니다. 행정도시가 일정한 규모와 자생력을 갖추는 것을 대략 2020~2030년으로 보고 있는데, 2030년이 돼야 행정도시의 인구가 50만이 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렇게 늘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거니와 이렇게 도시로서의 위상을 갖추기 전에 통일이 돼서 수도 기능이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면 연기·공주의 행정도시는 사실상 도시로서 계속 존재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경기도의 과천과 마찬가지로 행정도시는 중앙 행정부의 존재 자체에 많이 기대는 도시입니다. 이 핵심 기능이 빠져나간다면 존립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행정도시 바로 옆에는 인구 150만명의 대도시인 대전시가 있어서 현재 건설되는 행정도시 자체가 대전의 업무, 상업, 문화, 교육 등 인프라에 기댄 도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행정 기능까지 빠져나간다면 행정도시는 사실상 대전에 흡수되거나 대전의 침대도시(베드타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런 도시에 정부가 8조5천억원, 한국토지공사가 13조2천억원을 들인다는 것은 너무나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지나친 투자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둘째로는 대전에 임시 수도를 건설할 경우, 땅값이 별로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행정도시 대상 부지를 매입하는 데 정부가 부담하는 비용은 29만9천평에 1조3500억원, 한국토지공사가 2200여만평에 4조9천억원으로 합해서 6조2500억원에 이릅니다. 그러나 대전에 임시 수도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1조원 정도의 땅값만 들이면 됩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현재 행정도시의 중앙행정타운 건설에 필요한 땅은 12만평입니다. 그런데 이미 대전의 제3정부청사가 보유한 땅이 15만7천평이나 됩니다. 대전정부청사가 이용하는 땅 6만9천평을 빼도 8만8천평을 임시 수도 정부청사 건설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3만2천평의 땅을 매입한다고 해도 대전 땅값을 평당 500만원이라고 보면, 1600억원이면 필요한 땅을 다 매입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에 필요한 17만9천평을 매입하는 데도 8950억원이면 됩니다. 땅값 비용 전체가 1조원 남짓으로 여기서 이미 5조원 가량을 아낄 수 있는 것입니다.

행정도시 세종시 중앙행정타운 조감도. ⓒ 한겨레 블로그 김규원

셋째로 이렇게 부지 매입 비용을 줄이는 것은 집값·땅값을 안정시키는 2차적 효과까지 낳습니다. 정부와 토지공사가 2200만평의 땅을 사들이는 데 들인 비용이 6조2500억원입니다. 이 돈 가운데 적어도 2조원 이상이 다시 땅을 사는 데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2006년 상반기에 토지 보상금을 받은 사람과 그 가족의 부동산 거래 내역을 조사한 결과, 토지 보상금의 37.8%가 다시 집과 땅을 사는 데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부동산 매매가 활성화하면 당연히 집값·땅값이 오르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행정도시, 혁신도시, 수도권 신도시 사업의 토지 보상금이 부동산에 역류해 다시 전국의 집값·땅값을 올렸다는 이야기는 이미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됐고, 저도 보도한 바 있습니다. 만약 대전에 임시 수도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면 토지 보상금 가운데 부동산에 다시 투자되는 비용은 3~4천억원에 불과했을 것이고,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의 땅값·집값이 오르는 데 주는 영향도 훨씬 작았을 것입니다.

넷째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프라 비용입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행정도시 건설에 들어가는 인프라 비용은 땅값을 포함해 정부 8조5천억원, 한국토지공사 13조2천억원 등 21조7천억원에 이릅니다. 여기서 땅값 6조2500억원을 빼더라도 15조4500억원이 듭니다. 그러나 대전에 임시 수도를 건설하면 이 인프라 비용이 거의 들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그 곳에 대부분의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고속도로, 고속철도, 국도, 도시 안 도로, 지하철, 상하수도, 통신 시설 등 모든 인프라가 대전엔 갖춰져 있습니다. 물론 기존 인프라를 확대·강화하는 데 추가 비용이 들겠으나, 허허벌판에 새로 도시를 만드는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껌값’일 것입니다.

통일과 비용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미 이야기가 많이 길어졌는데요. 오늘은 비용 문제까지만 이야기하고, 다음 글에서 도시 역사나 균형발전 등 측면에서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그러면 안녕히 계십시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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