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구별 5개은행 지점 분포. 서울시 지도(위)의 붉은 점들은 5대 은행의 지점 1679곳을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표시한 것이다. 아래의 두 지도는 강남역과 면목역 두 지점을 확대해 은행 지점 분포를 표시한 것이다.
|
당신의 집 주변엔 은행이 몇군데 있습니까?
수도권 5대은행 지점 2500여곳 조사강남구 244곳 최다…강북·도봉·중랑 28곳 그쳐
지점당 인구비교, 중랑구가 강남보다 3배 많아
면목역서 국민은행 가려면 12분, 강남역에서 5분
가까운 곳 주거래은행 없으면 수수료등 더 물어야 서울 강남구의 은행 지점 수가 강북 지역보다 최대 9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이 많은 강남 주민들은 은행도 가까이 있는 덕분에 다양한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받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강북 주민들은 은행을 이용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한겨레〉는 8월1~7일 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서울 지점 1679곳과 수도권 지점(인천 제외) 862곳을 대상으로 지리정보시스템(GIS)과 컴퓨터활용보도(CAR) 기법을 활용해 ‘은행 지점의 지역별 분포 실태’를 조사했다. 은행 지점은 개인, 기업, 프라이빗뱅킹(PB) 지점으로 나뉘는데, 기업 지점은 이번 조사에서 제외했다. ■ 은행 지점의 쏠림 현상=구별로 보면, 서울에서 5대 은행의 지점들이 가장 많은 몰려 있는 곳은 강남구(244곳)로 나타났다. 반면 가장 적은 곳은 강북·도봉·중랑구로 각각 28곳에 그쳤다. 9배 가량의 불균형이다. 동별로는 △서초동 55곳 △역삼동 54곳 △여의도동 41곳 △대치동 39곳 등의 차례로 많았다. 지점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동도 66곳이나 됐다. 서울의 전체 518개 동 가운데 13%에 이른다. 경기도의 경우 성남이 128곳으로 가장 많았고, 고양시와 수원시는 각각 94곳과 87곳이었다. 반면 가평·양평·연천군은 각각 3곳에 그쳤다. 성남 안에서는 87곳(70%)이 분당구에 몰려 있었고, 수정구와 중원구는 합쳐서 44곳이었다. 은행 이용 시간이 낮이라는 점을 고려해 지점 한 곳당 ‘주간 인구’(특정 지역에서 낮에만 거주하는 인구)를 기준으로 비교했더니, 강남구는 지점당 3730명이 이용 가능한 반면 중랑구는 1만1439명, 은평구는 1만49명이나 됐다. 지점 한 곳당 주간 인구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은행을 이용할 때 불편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 은행 이용이 얼마나 불편한지 확인하고자 은행 지점들이 많이 몰려 있는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강남·북을 비교해 봤다. 중랑구에 있는 면목역의 경우 은행 지점들이 대부분 710~1200m 거리에 있었다. 걸어서 9~16분 거리다. 면목역 근처에 사는 사람이 국민은행을 이용하려면 사가정역 지점(면목역에서 953m, 도보 12분)까지 가야 한다. 반면 강남역 인근의 은행 지점들은 대부분 역 주변 400m 안에 있다. 걸어서 5분이면 된다.
지점 수를 보면, 면목역 반경 500m 안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은행은 하나은행과 농협밖에 없다. 반면 강남역 반경 500m 안에는 국민·우리은행이 각각 3곳, 농협·신한·하나은행은 2곳씩, SC제일은행·외환은행·한국씨티은행은 1곳씩 모두 15곳이나 됐다. ■ 강북·지방의 이중 불이익=은행 지점이 부족해 접근성이 떨어지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불편을 겪을 뿐 아니라 수수료나 금리 등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주변에 주거래 은행이 없으면 다른 은행 지점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현금 인출이나 이체 때 상대적으로 비싼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또 은행 간 경쟁이 부족해 금리 우대 혜택을 받기 어렵고, 고객별 자산관리 서비스 같은 우대 서비스는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경제학)는 “고소득층은 은행 실적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각종 수수료 혜택을 받는 반면 서민들은 주변에 은행이 부족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비싼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며 “서민들은 이중으로 불이익을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박종현 진주산업대 교수(산업경제학과)는 “한 지역에 은행들이 여럿 되면 경쟁이 벌어져 대출 금리가 내려가지만, 은행이 독점적이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한다”며 “은행이 없는 곳에선 펀드나 보험 상품을 고를 때도 충분한 정보를 듣지 못해 차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수도권 지역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방의 경우는 은행 지점을 아예 찾아보기 힘든 곳도 많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출장소 같은 것들을 의무적으로 세우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돈이 몰리는 곳으로 지점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시중은행의 한 지점 전략 담당자는 “강남의 아파트 값이 강북보다 훨씬 비싸 주택담보대출을 강북에서 한 건 하는 것보다 강남에서 한 건 하는 게 몇 배 많은 이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 소외 지역에는 출장소 형태의 지점이나 현금입출금기(ATM) 등을 많이 만들도록 유도하고, 저축은행 등 전통적인 서민금융기관들의 영업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혁준 기자, 유희곤 인턴기자(연세대 사학 4)june@hani.co.kr
미국선 빈곤층 지역에 지점 설치 의무화 지역재투자볍 따라 감독·평가
|
미국은 지역재투자법(CRA)을 통해 은행들이 저소득층 지역에 지점들을 차별 없이 설치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뉴욕시 맨해튼에 밀집한 은행들의 모습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
[어떻게 조사했나?] 지리정보시스템+컴퓨터활용보도 ‘입체 분석’ 〈한겨레〉는 이번 조사를 위해 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 등 5대 은행으로부터 서울과 경기(인천 제외) 지역 지점 2541곳의 위치 정보 자료를 건네받았다. 이어 컴퓨터활용보도(CAR) 기법을 활용해 이들 자료를 엑셀로 분류한 뒤 지역별로 나눠 정리했고 이를 통계청의 서울시 구별 주간 인구 자료와 결합해 지점 한 곳당 주간 인구를 계산해냈다. 시각화 작업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했다. 지아이에스는 컴퓨터로 지도와 지리 정보를 작성한 뒤 이 자료를 지도 위에서 시각적으로 분석·가공하는 기법이다. 지아이에스는 벤처회사인 한국공간정보통신과 서울대 지아이에스교육센터의 조대헌 운영실장의 도움을 받았는데, 2541개의 문자 데이터를 그래픽으로 처리했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