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09 15:52
수정 : 2007.08.09 15:52
법원 "공익목적 비해 개인 불이익 지나치다"
교통 방해나 사고 발생을 우려해 어쩔수없이 도로 한 가운데 멈춘 차를 옮긴 음주운전자의 면허를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김모(48)씨는 2005년 11월15일 자정께 서울 종로구의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신 채 귀가하기 위해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다.
김씨는 연락을 받고 온 대리운전기사 박모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으로 가던 던 중 박씨가 길을 잘 모르고 헤매자 계속 핀잔을 줬다.
화가 난 박씨는 편도 4차로 중 3차로에 김씨 승합차를 세워 놓은 채 그대로 가버렸고 김씨는 차에서 내려 그냥 가려는 박씨를 붙잡는 과정에서 손으로 박씨 목을 1차례 때려 상처를 입혔다.
김씨는 다른 차량들의 교통을 방해하거나 사고가 날 것을 우려해 승용차를 100m 가량 운전해 4차로 도로변으로 이동시켰다.
이를 지켜보던 박씨는 112에 신고를 했고 출동한 경찰관은 차안에 있던 김씨에게 음주운전 사실을 물었으나 부인하자 그냥 가버렸다.
김씨는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다른 대리운전기사가 모는 차를 타고 귀가했다.
그러나 박씨는 재차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조치사항을 문의했다.
이에 경찰은 김씨 차량번호를 추적해 주소지를 알아낸 뒤 다음날 오전 8시께 김씨를 혈중알코올농도 0.156%의 음주운전으로 입건했다.
김씨는 도로교통법 위반죄 및 상해죄로 벌금 100만원을 고지받았고 면허가 취소되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김성수 판사는 김씨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운전면허 취소는 부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다른 차량들의 교통을 방해하거나 교통사고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 도로변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단거리를 운전한 것에 불과해 원고의 음주운전 동기 및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어 김씨가 교통사고를 일으키지 않았고 직업상 운전면허가 생계수단인 점 등을 감안하면 김씨에게 면허 취소 처분을 함으로써 실현되는 공익목적에 비해 김씨가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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