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10 03:26
수정 : 2007.08.10 08:55
‘조혈모세포 기증’ 병원서 휴가 보내는 윤상석씨
윤상석(31)씨의 올여름 휴가지는 산이나 바다가 아닌 서울대병원이다.
환자복을 입고 팔에는 주삿바늘을 꽂고 입원실 침대에 걸터앉은 윤씨는 “여행을 떠났다가는 집중호우 때문에 낭패를 볼 뻔했다”며 넉살을 피웠다. 부인 안진희(39)씨는 한 술 더 뜬다. “에어컨 시원하게 잘 나오고, 깨끗하고, 다른 사람이 없는 1인실이니까 호텔방이나 다름없어요.”
윤씨가 여름휴가를 병원에서 보내는 이유는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기 위해서다. 2000년 골수기증 서약을 한 윤씨에게 지난봄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환자가 있다는 연락이 왔다. 막상 골수기증을 해야 한다니 겁도 났고, 부모와 동료 등은 위험할 수 있다며 말렸다. 하지만 인터넷과 전문가들을 통해 꼼꼼히 알아본 뒤 윤씨는 결심했다. 마취를 한 뒤 골반을 통해 골수를 이식하는 방법 말고도 헌혈을 하듯 조혈모세포를 이식할 수 있는 말초혈관 기증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난 뒤였다. 이는 기증 며칠 전 약물을 이용해 골수의 조혈모세포를 혈관으로 모이게 한 뒤 혈액을 뽑아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법이다.
“처음엔 겁났지만 말초혈관 기증법 알게돼 안심”
윤씨가 골수기증 서약을 하게 된 것은 헌혈을 통해서였다. 그는 대학 시절 학교 신문사 기자를 하면서 헌혈에 대한 기사를 쓴 뒤부터 헌혈을 해왔다. 올해 초 그는 헌혈 50회를 돌파했다. 헌혈의 집을 드나들면서 골수이식에 대해 알게 됐다.
“제가 돈이 많거나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남들에게 좋은 일 할 수 있는 것이 헌혈밖에 없겠더라고요. 그리고 이번에 조혈모세포 기증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현재 백혈병이나 재생불량성빈혈 등으로 인해 조혈모세포 이식을 필요로 하는 환자는 4265명이다. 조혈모세포 기증을 서약한 사람은 지난 6월까지 모두 13만2967명이다. 이식이 가능하려면 기증자와 환자의 유전자형이 일치해야 한다. 기증자가 20만명이 넘으면 환자가 자신의 유전자형과 일치하는 기증자를 만날 확률이 70%를 넘고, 기증자가 40만명을 넘으면 일치 확률이 90%를 넘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윤씨는 “정작 해보니까 헌혈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며 “이렇게 쉬운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의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www.kmdp.or.kr)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영상 은지희 피디
jheunlife@ne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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