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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장애체험, 빗속에서의 축구, 조별 발표회 준비 모습.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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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없이 3박4일 살기’ 체험 나선 학생들
피시방 찾던 아이들 축구·물썰매 노는 재미에 푹
“인터넷에 빠지는 이유는 다른 놀거리 없기 때문”

빗속 뒹굴자 표정 밝아져 이들은 ‘인터넷 없이 3박4일 살아내라’는 명을 받고 전국에서 ‘인터넷 쉼터 캠프’를 찾은 초·중·고등학생들이다. 일반인들에겐 목표랄 것도 없다. 하지만 46명의 캠프 참여자들에게는 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와 지내는 것보다 더한 인내가 필요하다. “사흘 내내 인터넷 게임을 한 적도 있다.”(경남 양산 ㅇ초등학교 6학년 신아무개) “부모님이 안 계실 때는 하루 10시간 이상은 보통이다. 대부분 게시판을 돌아다니며 악플을 단다.”(서울 ㅂ고등학교 2학년 김아무개) 이들은 캠프 첫날인 7일 오후 장대비를 맞으며 20분 가량 축구를 했다. “축구 해 본 지 1년도 넘었다.” “20분 이상 뛰어본 거 태어나서 처음이다.” “게임을 하라면 며칠이라도 할 수 있겠는데, 축구는 20분도 못하겠다.” 캠프를 주관하는 한국정보문화진흥원 미디어중독대응팀 지훈 부팀장은 “아이들이 그동안 어떤 생활을 해 왔는지를 짐작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캠프 운영실 한편에 놓인 소화제 더미를 가리키며 “저것도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의 몸 상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46명을 위한 구급약이라고 하기엔 양이 너무 많다. 그는 “인터넷에 빠져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던 아이들이 갑자기 규칙적으로 하루 세끼 식사를 하면서 소화제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캠프 참석자들은 모두 ‘케이척도’란 인터넷중독 자가진단 프로그램을 이용한 테스트에서 ‘인터넷 과다 이용자’로 분류된 학생들이다. 중·고등학생들은 95점 이상, 초등학생들은 82점 이상을 받았다. 지 부팀장은 “이는 날마다 3~4시간 이상 인터넷에 몰입하고,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을 때 말을 걸거나 다른 일을 시키면 짜증을 내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초등학생이 94점, 중·고등학생이 108점을 넘으면 위험한 상태로 분류된다. 이번 캠프는 인터넷 이용 말고도 재미있게 놀 거리가 많다는 것을 체험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터넷을 이용하다가도 부모나 친구가 “놀러 가자”고 하면 즐겁게 따라나설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실제로 캠프는 활쏘기, 수상래프팅, 물썰매 타기, 자연휴양림 걷기, 사물놀이 체험, 철로자전거 타기, 캠프파이어 등 청소년들이 또래들과 함께 즐기면 재미있어할 만한 것으로 짜였다. 인터넷만 빠졌다. “놀 거리 없어 인터넷 중독…가족들 대화만으로도 예방” “첫날 오전 서울에서 모여 이곳으로 올 때는 서로 눈 마주치는 것조차 꺼렸어요. 말 걸면 귀찮아하고, 짜증을 내기도 했어요. 하지만 빗속에서 축구를 하고, 물썰매를 타고 나더니 표정이 밝아졌어요. 지금은 나가서 축구 하자고 조르는 아이들도 있어요. 물론 ‘금단현상’을 보이거나 피시방을 찾아 주변을 기웃거리기도 해요. 혹시 도망가는 애들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틀째인 현재까지는 없어요.” 캠프를 진행하고 있는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의 김용길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상담을 통해 아이들이 인터넷에 빠지는 이유가 학교나 가정에서 다른 재미있게 놀 거리를 만들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훈 부팀장은 “아빠가 일찍 퇴근해 가족과 함께하는 것만으로 자녀들의 인터넷 중독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ㅂ고 김아무개군은 “부모님은 모두 밤늦게 들어오고, 함께 놀 친구도 없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인터넷 이용 시간이 늘어났다”고 털어놨다. 인천 ㅂ중학교 1학년 신아무개군은 “이번 캠프에서처럼 재미있게 놀 수 있으면 인터넷 없어도 된다”고 했다. 문경새재/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편집 이규호피디 recrom295@ne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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