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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성업중인 ‘실내자동차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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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극장도 아니고, 비디오방도 아니고…
문광부 “퇴폐화 가능성 높아 허가계획없다”업주들 “시설기준 만들고 관리감독 철저히” 남녀 한쌍이 탄 자동차 한 대가 사방이 밀폐된 가로 3m, 세로 1. 넓이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출입문을 비롯한 3면은 검은색 유리로 막혀있고, 차 앞쪽에는 100인치짜리 스크린이 걸려 있다. 최근 성업 중인 실내자동차극장(사진)의 모습이다. 퇴폐 영업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당국에선 허가를 내주지 않는 가운데, 이 신종 업소가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 실태=지난 8일 오후 6시30분께, 모텔 30여개가 빽빽이 모여 있는 경기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 건너편 ㅂ실내자동차극장. 11개 방은 절반 넘게 찼다. 주말이면 예약 없이 갈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용자는 대부분 남녀가 함께 오는데, 젊은이부터 중년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실내자동차극장은 올해 처음 생겨나 경기 파주·화성, 대전, 충북 청원, 경남 김해, 전북 군산 등지에 속속 생겨나고 있다. 전국적으로 7~8곳이 영업 중이고, 극장 본사가 가맹점까지 모집하고 있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파주의 ㅂ극장은 원주와 천안에 새 극장 공사를 시작한 상태다. ㅆ극장도 20여개의 지점을 연다고 광고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극장도 아니고 비디오방도 아닌 실내자동차극장은 현재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은 자동차극장과 비디오방에 대한 시설기준만 규정하고 있어, 실내자동차극장은 사업등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불법 논란=정부는 실내자동차극장이 불법이라는 공문을 관리·감독 주체인 지방자치단체에 보낸 상태다. 파주시는 ㅂ극장을 무허가 사업 등을 이유로 영업 개시 4달 만인 지난 9일 경찰에 고발했으며, 청원군도 지난 5월 ㅇ극장을 고발했다. 그러나 ㅂ극장과 ㅇ극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김해시는 관할 지역에 이런 극장이 있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ㅂ극장 관계자는 “정부가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따라오지 못한 채 규제만 하고 있다”며 “오히려 퇴폐 영업을 할 수 없도록 시설기준을 잘 만들어 관리·감독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경오 문화관광부 영상산업팀 사무관은 “(극장에) 직접 가서 살펴봤는데, 퇴폐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아직은 실내자동차극장을 위한 시설기준을 신설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상황을 잘 모른 채 사업에 참여하는 가맹점 주인들이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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