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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13 15:20 수정 : 2007.08.13 15:20

버지니아텍의 조승희 사건이 터졌을 때 미국주재 한국 대사는 모든 교민들이 금식 기도로 이 사건의 도덕적 책임을 통회하자 역설했지만, 시간이 흐른 후 이제 누구도 이 사건의 근본대책에는 아무 말도 없는 것이 끝내 이 사건의 원인은 개인의 문제라는 결론이 내려졌나 봅니다.

미식축구의 영웅 하인즈 워드라는 친구가 한국계 흑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의 온 매스컴의 머리글을 장식할 무렵, 한국 사회에서 소외 당하는 혼혈 인들의 부정적인 인식이나 근본 정책도 바뀔 것 같았지만, 요즘은 그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것과 비례하듯, 모든 것이 조용한 것이 하인즈 워드 열풍의 근본은 한국사회의 사대주의, 그 이상은 아니었다는 느낌도 듭니다.

언제가 조그마한 인터넷 기사에 우즈베키스탄의 고려 인들이 냉전 이후의 해빙무드를 타고 초청 방문한 고국의 환대를 못 잊고, 다시 돌아와 자신들의 어려운 현실에 도움을 청하자 냉대와 무관심에 실망만을 앉고 아무 소득 없이 비행장을 떠난다는 기사가 왠지 어린 시절의 한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아마 그 기억이란 최초의 조총련 모국 방문 시, 명연설로 보는 모든 이의 눈물과 콧물을 훔치게 만들었던 김옥길여사의 연설에 한마디로 쇼하고 있다 평을 하신 어느 주위 분의 냉소입니다. 아마 그 기억이란 초등학생의 기억일 텐데 아직도 그 기억이 존재하니 신기하기만 합니다.

방학 때면 언제나 아쉬운 것이 자식들의 알찬 휴가 보내기 입니다. 이왕이면 여기저기 여행도 보내 세상의 물정도 배우게 하고 특히, 조국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자신의 또래와 어울리며, 나아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만들고 싶은 것이 이민지에 사는 부모의 마음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민 30년에 부모, 형제나 가까운 친척도 없는 것이 왠지 보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해 매다 그런 교포 자녀를 위해 고국에서는 방학철마다 모국 연수 프로그램이 있는 줄 알고 영사관에 전화를 걸어보니 올해는 그런 프로그램이 없다는 말을 합니다.

어떤 이의 말로는 좀 더 예산을 들여 자비연수생 대신, 국비로 몇 십 명 정도의 인원을 초대한다 하니 초대받은 이에게는 좋은 정책인지는 모르지만 초대받지 못한 자에게는 섭섭하기만 한 그런 정책입니다.


돈이 있고 시간이 있어도, 잘 나지 못하고 방법도 모르고 정보도 부족해 보내지 못하니 왠지 자식에게는 미안한 감정도 듭니다.

생각해보면 이민 역사가 50년을 훨씬 넘었을 텐데 아직도 그런 정기적이고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2세 모국 방문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솔직히 나는 대한민국의 이민 2세 정책에 불만이 있다면, 그 정책이 어딘가 모르게 즉흥적이고 일시적이고 때로는 전시용이고 과시용 정책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주어진 예산에 성의 없이 억지 감동만 쥐어짜려는 그런 졸속 행정처럼 느껴만 집니다.

1.5세로써 바라는 고국의 이민 2세 정책은 억지 춘향 식 감동 주기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방향이 있고 목적이 있는 항상 이민자에게 열려있는 그런 프로그램입니다. 부모로써 자식의 미래를 위해 돈 좀 써도 안 아깝고, 정부에게는 세금을 써도 국민에게 인정을 받는 그런 성의 있고 무게 있는 그런 프로그램 말입니다.

물론 정부의 입장에서는 인력과 자금의 한계로 그것은 평균적이고, 단기적이며 일회성 일 수 밖에 없음으로 결국 개인마다 특성에 따라 다른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충고할지 모릅니다.

물론 한국인이 많이 살아 본국과 교류가 많고 한인 사회가 활성화 되어있는 지역에서야 그런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도 쉬울 것이고 가까운 친인척이 한국에 있는 경우나 한국사회를 잘아는 초기의 이민자는 정부에 의존하는 그런 프로그램은 별로 필요가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민지에 한국인 사회가 활성화 되어있지 않고, 부모도 이민이 오래되어 한국 사회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도 거의 없는 경우나. 거기다 가까운 친인척도 없는 경우에는 당연히 정부에 물어보고 의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생각으로는 앞으로 국내의 삶이 각박해 질수록, 일반 서민에게는 이민이란 유럽의 선진국처럼 하나의 평범한 선택 사항으로 다가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나의 걱정은 한국인의 정체성은 아직도 유지하고 있지만, 이주가 오래되어 한국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잊혀져 버린, 연변의 조선족이나 구 소련의 고려인과 같이, 해가 가고 세월이 흐를수록 이제 많은 현재의 대한민국 이민자의 후손들의 걱정과 근심이 될 것입니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고 이런 블로그를 통해서라도 그런 모순을 알게 하는 게 어쩌면 오지의 이민자에게는 필요하고 중요하지 않을까요.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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