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14 20:24
수정 : 2007.08.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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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대학생 울리는 ‘악덕 학습교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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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미끼로 대학생에 영어교재 판뒤
한두번 연체되면 “신용불량자 등록” 협박
설문조사를 한다며 미성년자를 꾀어 고가의 학습 교재를 팔고 대금이 연체될 경우 신용불량자로 등록하겠다고 협박하는 악덕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 대학생이 된 김아무개(19)씨는 이달 초 ‘최종통보. 신용불량 등록, 법원 소송 및 형사고발 예정’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대학에 갓 입학했던 지난 3월 영어교재 판매회사인 ㅎ사의 ‘영어교육 프로그램’에 가입한 게 화근이었다. 김씨는 “설문조사라고 해서 갔는데 영어 교재를 선전했다”며 “79만6천원짜리를 열 달 할부로 46만원에 준다고 해 계약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5년 출간된 교재는 지난해 일부 바뀐 토익 내용을 반영하지 않았고, 동영상 강좌도 2년째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김씨는 “계약을 취소하려 해도 14일이 지났다고 받아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돈을 내오다 열흘 정도 연체했는데, 신용불량자로 등록한다고 해 나머지 금액 전부를 냈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대학 2학년생 이아무개(19)씨도 설문조사를 하러 갔다가 ㅎ사 물건을 샀다. 이씨는 “부모님께 허락받기 전에 일단 물건 먼저 받으라고 하더니, 곧바로 지로용지가 날아왔다”고 말했다.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올라온 ㅎ사 관련 소비자 피해 사례는 27건에 이른다. 이 회사 누리집 자유게시판에는 원광대, 대구가톨릭대 등 전국 대학생들의 입금 연기신청 글이 올해에만 100건 넘게 올라와 있다. ㅎ사는 대학 1~2학년을 중심으로 회원이 1만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조아무개 ㅎ사 관리부장은 “미성년자들에게 보호자 동의 없이 물건을 판 것은 인정한다”며 “하지만 바로 계약해지를 요청하면 받아주지만, 2주가 지나면 받아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선희 한국소비자원 주택공산품팀 차장은 “만 20살 이하는 민법상 미성년자로 규정돼, 보호자의 동의 없이 맺은 계약은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며 “1~2차례 연체했다고 곧바로 신용불량자로 등록한다고 통보하는 것도 위법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조만간 신용불량자 등록 등을 앞세워 영업하는 업체를 모아 공정거래위원회에 통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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