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샤워로 더위 쫓고
흰곰 ‘얼린 생선’ 깨먹어
오랑우탄 아이스크림 ‘최고’
‘흰곰은 냉동 생선 과자, 오랑우탄은 아이스크림, 레서판다는 에어컨, 코끼리는 샤워….’
찌는 여름, 동물원의 동물들도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피서법을 즐긴다. 서울대공원과 어린이대공원 쪽으로부터 특유의 비법을 들어봤다.
극지방에서 온 흰곰이 사랑하는 여름철 별미는 얼린 생선. 어린이대공원의 수컷 ‘썰매’는 하루 한 차례 고등어와 꽁치로 만든 가로 50㎝, 세로 50㎝, 두께 15㎝짜리 ‘얼음과자’를 안고 입으로 깨먹는 재미에 산다.
호랑이는 평소 물에 젖는 것은 싫어하면서도 목욕은 즐기는 스타일. 서울대공원의 ‘대한민국’과 ‘승리’는 호스로 물을 뿌리면 몸을 피하면서도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물속에 곧잘 뛰어든다.
오랑우탄은 사람처럼 아이스크림을 즐긴다. 서울대공원의 ‘보람’, ‘보미’, ‘보석’ 삼총사는 시중에 나오는 아이스콘과 이른바 ‘쭈쭈바’를 손에 들고 먹는다. 모의원 서울대공원 사육과장은 “오랑우탄들이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만 2개 이상을 먹으면 곧 콧물을 흘리면서 이상을 보이기 때문에, 더운 여름에도 며칠에 한 차례씩, 그것도 하나씩만 아이스크림을 준다”고 귀띔했다.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온 레서판다는 아름답고 화려한 색으로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지만, 그만큼 비위를 맞추기도 힘들다. 서울대공원에서는 야외 방사장에 내실을 만들어 에어컨을 설치해줬다. 나무 위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레서판다의 특징을 고려해 나무 위에 작은 그늘집을 마련하고 분무기로 물을 뿌려준다.
코끼리가 즐기는 피서법은 샤워다. 서울대공원은 코끼리들을 위해 하루 두 차례 20분씩 수도 배관을 통해 물을 뿌려준다. 서울대공원의 환갑이 넘은 암컷 ‘자이언트’는 샤워물이 나오면 가장 빨리 다가가는 반면, 2002년 일본에서 건너온 암컷 ‘사쿠라’는 아직 샤워물과 피서의 함수 관계를 파악하지 못한 듯 샤워물이 떨어질 즈음에야 다가온다.
이재용 어린이대공원 사육과장은 “여름에는 아무래도 동물들의 활동량도 줄고 기진맥진하기 쉽기 때문에 동물들을 위한 다양한 피서법을 고안한다”고 말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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