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100만원의 선행’ 베푸는 시골농부의 꿈
충북 보은의 한 촌로가 매년 1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장학금으로 내놓아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보은군 탄부면 매화리에서 벼와 고추농사를 짓는 유제덕(59)씨는 매년 초 면사무소를 찾아 흰 봉투에 담은 100만원짜리 수표 1장씩을 내 놓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7일 면사무소를 찾은 그는 벼와 고추 판 돈 100만원을 마을 담당 공무원에게 전달했다.
1999년부터 계속된 연례행사다.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배우지 못한 게 한으로 남아 7년째 ’100만원의 선행’을베풀고 있지만 그 역시 그리 넉넉한 살림은 아니다.
슬하의 2남 1녀를 출가시킨 뒤 동갑내기 부인과 1년 내내 땀 흘려 농사지어 거둬들이는 수입이라야 겨우 밥 굶지 않을 정도.
뻔한 농촌살림에도 추곡 수매대금을 찾는 날이면 의례 면사무소로 발길을 옮긴다.
매년 100만원씩을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을 위해 쓰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지키기 위해서다.
면(面)이 ’탄부면 장학회’라는 명의로 개설한 통장에는 지난 7년간 이자를 합쳐824만3천원의 제법 큰 돈이 모아졌다.
면은 3년 뒤 종잣돈이 1천만원대로 불어나면 다른 독지가 성금을 합쳐 그의 이름을 딴 장학회를 설립, 가난한 학생들을 도울 예정이다.
유씨는 “중학교 문턱도 밟지 못한 설움을 후배 세대에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돈을 내놓고 있다”며 “몇 푼 안되지만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을 위해 값지게 쓰이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면사무소에 돈을 기탁하고 나올 때가 가장 뿌듯하다”며 “내가 좋아서하는 일인 만큼 주변에 소문나는 걸 원치 않는다”고 한사코 사진촬영을 거부했다.
(보은=연합뉴스)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