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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 고현교회 자원봉사자들이 결식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전해줄 도시락을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있다. 고현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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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층에 '따뜻한 도시락' 미담도 부실 도시락 파문 속에서도 결식 학생들에게 사랑과 정성으로 밥을 지어주는 훈훈한 미담이 잇따르고 있어, 한겨울 언 마음을 녹이고 있다. 14일 전북 익산시 모현동 고현교회는 자원봉사자 40여명이 사랑의 도시락을 만드느라 구슬땀을 흘리며 바쁜 일손을 놀렸다. 이 교회는 지난달 30일부터 매일 교인 20~40여명이 자원봉사에 나서 180여명에게 줄 도시락을 만들고 직접 배달까지 한다. 이들은 한 끼당 2500원인 지원비 전부를 도시락을 만드는 데 쓰기 위해 스스로 배달 비용까지 부담하고, 이와 별도로 30여명에게는 쌀과 반찬을 주고 있다. 강원도 태백시 상장동의 태백사회복지회는 매일 새벽 5시에 밥을 짓기 시작해 아침 7시에 직원 9명이 사랑으로 지은 도시락 300여개를 홀로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가장, 실직 가정 등에 배달한다. 이 단체는 1992년 태백역에서 노숙자가 굶어 숨진 뒤 독지가의 기부를 받아 도시락 배달을 시작했으며, 지난달엔 방학 중 결식 학생 및 청소년을 위한 도시락 배달까지 맡았다. 이 도시락 원가는 5000원대로 부족한 돈은 후원금에서 충당한다. 충남 보령시 사랑한식뷔페는 5000원 하는 뷔페음식을 결식 학생들이 식권 한 장(2500원 상당)을 내면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뷔페는 4년 전부터 보령병원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홀로 사는 노인 등에게 매일 밥과 반찬을 제공하고 있다. 충남 예산 신양반점도 식권만 내면 아이들에게 자장면, 볶음밥 등을 만들어 준다. 가장 싼 자장면이 3000원, 볶음밥은 4000원이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대로 먹는 걸 보면 마음이 흐뭇하다는 게 윤월태 사장의 말이다. 부산 중구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달 지원 대상 학생 50명에게 따뜻한 밥을 주기 위해 2만5000원 하는 보온도시락 120개를 샀다.
보온도시락에는 밥, 국, 세 가지 반찬이 들어가는데, 지원금 전액을 음식재료 값으로 쓰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음식을 만들고 보유차량 3대 외에 자원봉사자들의 차와 오토바이까지 동원해 배달하고 있다. 이 복지관은 평소에도 90~100명의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보온도시락을 이용해 음식을 제공해 왔다. 광주시 서구자활공동체의 권순자·유광희·김영숙·김효순씨 등 30대 후반~40대 중반 주부 4명은 지난해 1월부터 금호·광천·양동 달동네 일대의 결식 어린이 117명에게 날마다 보온도시락을 배달하며 틈틈이 냉장고 정리나 주방기구 설거지 등 허드렛일을 도와 왔다. 한편, 부실 도시락 파동 이후 전북 익산시 부송동 노인인력지원센터는 이날 배달을 끝으로 지원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지원센터 쪽은 지난해 봄부터 결식 어린이·청소년 120여명에게 정성껏 만든 도시락을 배달해 왔으나 최근 급식단체에 대한 불신과 지탄이 부담스러운데다 보온도시락으로 바꾸는 비용도 만만찮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북 고현교회 최강일 목사는 “부실 도시락 파문을 접하고 마음이 편치 않지만 날마다 봉사하는 기쁨에 피곤함을 잊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지원을 받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상처로 남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 광주 부산 전주 대전/김종화 안관옥 최상원 박임근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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