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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4 18:23 수정 : 2005.01.14 18:23

일산병원 의료지원단 “언어소통 힘들지만 보람”

“실라칸(어서 오세요), 사킷?(어디가 아프세요?)”

13일 인도네시아 반다아체 근처 사마하니·룬바타 난민촌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의료지원단과 함께 짧은 인도네시아말로 진료에 나섰다.

<한겨레>와 공동 의료·구호활동에 나선 일산병원 의료지원단은 지난 11일 한국을 떠나 싱가포르를 거쳐 12일 낮 인도네시아 메단에 도착했다. 항공편이 없어 당일 저녁 버스로 12시간을 꼬박 달려 13일 오전 9시께 반다아체에 도착했다. 오전 10시부터 난민촌 진료를 시작하기로 약속을 해놓은 터라 여장을 풀 겨를도 없이 곧바로 진료 현장으로 향했다.

지진해일이 남아시아를 강타한 지 19일이 지났지만, 수마의 흔적은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어 당시 해일의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해안 지역에서는 여전히 주검 찾기가 계속되고 있었고, 찾아낸 주검들은 군인들이 도로 바로 옆에 구덩이를 파서 묻고 있었다. 시내 곳곳에 마련된 난민촌에서는 집 잃은 이재민들이 떠돌아 다녔다.


진료소는 사마하니 지역 한 학교 건물에 마련됐다. 기자도 김철수 의료지원단장(일산병원 산부인과 과장) 등 의료지원단과 함께 진료에 나섰다. 진료 현장에서는 인도네시아말·영어, 그리고 우리나라 말이 혼재돼 쓰였다. 현지 간호사 다시마와티와 현지 대학생 자원봉사자 율리스는 인도네시아말을 영어로, 한국에서 함께 간 자원봉사자 장용준(33)씨는 인도네시아말을 우리말로 바꿔 환자들의 아픈 곳과 증상을 통역해 줬다.

진료소를 찾은 엠아비(26)는 불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해일로 집을 잃은 그날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해일에 휩쓸렸다가 구조돼 현재 난민촌에서 살고 있다. 오은실 가정의학과 전공의는 그에게 신정안정제를 처방해 줬다.

사루타(42)는 건물이 무너질 때 가까스로 빠져나오다 넘어져서 왼쪽 머리 부위가 10㎝ 정도 찢어져 있었다. 김철수 단장이 소독을 하고 스무바늘 가량 꿰매는 치료를 했다. 진료소를 찾은 사람들 중에는 넘어져서 찰과상을 입거나 나무 등에 부닥쳐 타박상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지진해일 피해와는 큰 관련이 없는 일반 환자도 진료소를 찾아왔다. 평소 의료혜택을 받고 싶어도 병원이 너무 멀거나 비용이 많이 들어서 치료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어린이들은 주로 가려움증이 심한 피부병, 기침이 심한 천식, 감기 등을 앓고 있었으며, 장노년층은 관절염, 고혈압, 당뇨, 피부병 등을 앓고 있었다.

8살인 야니는 평소 천식을 앓고 있었는데, 천식 약이 떨어져서 약을 달라고 했다. 평소 먹는 약을 알고 있지 못해 우리나라에서 흔히 쓰는 기관지 확장제 등을 쓸 수밖에 없었다. 푸융(38)은 발바닥에 상처가 생겼는데도 그냥 다니다가 곪아서 찾아왔다. 크하이리아(59)는 2년 전부터 두통을 앓아와 진통제를 주기도 했다. 오은실 전공의는 주로 어린이들과 여성 환자들을 진료했으며, 조경희 가정의학과 과장은 증상이 복잡한 사람들에게 차분한 설명과 함께 진찰을 하고 처방을 내렸다.

조 과장은 “평소 생활에서 의료혜택을 거의 못 받는 주민이나 난민들이 진료소를 찾고 있다”며 “언어 소통이 힘들긴 했지만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환자가 많아, 작은 도움이라도 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의사들이 약을 처방하거나 처치를 지시하면 김경신 간호사는 상처를 소독하거나 각종 주사를 놓았으며, 혈압과 혈당을 재기도 했다. 한정애 약사는 처방 전에 맞게 약을 포장했으며, 국제기아대책기구 자원봉사자 최백숙씨와 주희숙씨는 약봉지를 환자들에게 나눠주면서 약 먹는 방법을 설명했다.

치료받은 주민들은 오이, 바나나, 망고 등 손수 기른 과일들을 진료소에 들고 와 의료지원단에게 건네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어린 학생들은 진료소를 찾아 인사를 건네는 것을 잊지 않았다. 금세기 최대 규모의 지진해일은 지상의 모든 것을 앗아갔지만,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만은 결코 빼앗아 갈 수 없었다. 반다아체(인도네시아)/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의료지원단원들이 14일 오전 인도네시아 반다아체 룬바타 난민촌에서 어린이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반다아체/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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