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범행을 자백하는 조건으로 피의자의 형량을 깎아주는 이른바 ‘유죄협상제도(플리바게닝)’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일정 범위 안에서 제3자의 범행을 증언한 사람의 죄를 묻지 않는 ‘면책조건부 증언취득제도’의 도입도 검토 중이다.
대검찰청은 16일 “사법개혁위원회가 합의한 참·배심제 도입이나 공판중심주의에 발맞춰 이런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면서 “유·무죄를 다투는 사건은 법정에서 충분한 심리를 통해 피의자의 방어권이 행사될 수 있도록 하되, 증거가 있고 피의자도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은 신속하게 처리해 수사와 재판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를 위해 최근 검사 10여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을 구성해 우리 실정에 맞는 제도 마련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곧 외부기관에 연구 용역을 의뢰하고 법원과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공청회 등을 통해 학계와 시민단체 쪽의 의견을 수렴해 나갈 계획이다.
검찰은 이를 통해 △유죄협상제도의 대상이 되는 범죄 △검찰과 변호인이 협상할 수 있는 재량권의 범위 △진술 번복을 했을 경우 대처 방안 △정식재판 선고와 협상에 따른 선고의 형량 차이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유죄협상제도는 미국·캐나다 등 영미법계 국가 뿐 아니라 우리와 같은 대륙법계 국가인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에서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법개정 없이 도입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각국의 제도가 모두 다른 만큼 충분히 검토한 뒤 법제화를 통해 도입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죄협상제도 도입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유·무죄를 다투는 사건에 재판을 집중할 수 있어 도입해 볼 만한 제도”라는 견해와, “검찰이 범죄자와 협상해 ‘죄’보다 가벼운 처벌을 하는 등 검찰권이 남용될 수 있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도입을 찬성하는 쪽은 “모든 사건의 진실을 가리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선택권을 주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의견이 많고, 부정적인 쪽에서는 “처벌 수위를 거래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국민들의 사법불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겨레> 사회부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사건 신속처리” “검찰권 남용”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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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협상제도 도입 추진의미
검찰이 16일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유죄협상제도(플리바게닝)’와 ‘면책조건부 증언취득제도’는 최근 사법개혁 작업을 통해 형사사건의 중심이 ‘법원의 공판’으로 옮겨가고 있는 데에 따른 검찰의 대응책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대법원이 검찰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판례를 변경해 검찰의 입지가 크게 줄어든 데다, 피의자 인권보호가 강조되면서 과거처럼 자백에만 의존해 혐의를 입증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제도 도입을 통해 피의자가 자백한 사건은 비교적 쉽고 신속하게 처리하고, 혐의를 부인하는 사건에 충분한 시간과 인력을 투입할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있다. 면책조건부 증언취득제도 역시 참고인이 다른 사람의 범죄 사실을 증언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범죄 내용이 드러나더라도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증거수집 자체가 쉬어질 것이라는 검찰의 기대가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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