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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기획 주문제작 ‘연예인DB보고서’인터넷 유출
유명 연예인들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담긴 문건이 인터넷으로 유출돼 퍼지면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연예인들의 사생활에 관한 소문이 무차별적으로 대중에 노출되면서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제1의 광고기획사인 제일기획이 동서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1월23일 만들어진 ‘광고 모델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사외 전문가 심층 인터뷰 결과 보고서’라는 제목의 이 문건은 지난 17일께부터 인터넷 게시판과 메신저 등으로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파워포인트로 제작된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톱스타 남녀 연예인 99명에 대해 ‘현재 위치’, ‘비전’, ‘매력’, ‘자기관리’, ‘소문’ 등의 항목으로 나눠 신상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심층 인터뷰를 한 사외 전문가들은 방송사 연예리포터, 스포츠지 기자 등 10명인데, 연예계 정보에 능통한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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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에는 각 연예인에 대해 항목별로 별표로 점수가 매겨져 있으며, 연예계에 떠도는 소문 등도 정리돼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연예계에 떠도는 소문과 전문가들의 ‘솔직한’ 평이 적혀 있는 ‘소문’ 항목이다. ‘소문’ 항목에서 한 유명 여자 배우의 경우 ‘한 재벌 형제와의 스캔들은 사실’이라거나, 한 남자 배우의 경우 ‘게이라는 소문이 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무차별적으로 실려 있다. 또 ‘자기관리’ 항목에도 ‘게으르고 자기 관리 안함’ ‘남자관계가 복잡하다는 설이 있음’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남·여 스타 99명 정보 담겨
이 보고서에서 사생활이 좋지 않은 것으로 언급된 연예인 쪽은 소송 움직임을 보여 집단 소송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여자 연예인의 매니저는 “보고서에 언급된 소문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소송을 포함한 다양한 대응 방법을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한 기획사 대표도 “명예훼손에 대해 법적인 검토를 하고 있으며 반드시 소송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설문조사에 참가한 기자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어 “인터뷰의 모든 내용과 인터뷰 응답자의 신상은 철저하게 비공개에 부치고 내부자료로만 사용한다는 확인을 받았었다”며 “인터뷰 대가로 백화점 10만원권 상품권 2장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제일기획은 이날 해명 자료를 내어 “심적으로 고통을 받게 된 연예인과 관련된 분들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고 “내부 참조 자료로만 이용되는 것인데 동서리서치 쪽에서 유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과학적인 광고모델 전략이 필요해 지난해 전국 소비자 1천명을 대상으로 연예인의 현 위치, 호감도, 선호도, 업종 및 광고주 이미지 적합성 조사를 벌였다”고 덧붙였다.
명예훼손소송·수사 이어질듯
제일기획 관계자는 “동서리서치 직원 한 명이 친한 친구한테 재미있는 게 있다며 잠깐 보여준 것이 또다른 사람한테 건네지고 하면서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 같다”며 “이 직원의 진술서를 받아둔 상태”라고 말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김영홍 정보인권국장은 “이 보고서는 사생활 침해뿐만 아니라 불확실한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유통시킴으로써 개인의 인격권도 침해하고 있다”며 “이 문건을 만들고 유포한 곳에 대해 수사와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원제 이형섭 이승경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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