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1.23 18:53 수정 : 2005.01.23 18:53

지난 22일 오후 우라이완 티엔통 타이 노동부 장관이 경기도 안산시 산재의료관리원 안산중앙병원을 방문해 노말헥산 중독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타이 노동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안산/황석주 기자

“어쩌다 이렇게…” 눈물바다

“얼마나 아프고 힘들어요. 빨리 나아서 고국으로 돌아오세요.”

지난 22일 오후 3시10분께 경기 안산시 일동 안산중앙병원 2층 입원실. 이역만리 한국 땅 이름도 모르는 도시에서 일하다 걷지도 앉지도 못하는 처지의 동포를 만난 우라이완 티엔통 타이 노동부 장관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노말헥산 중독으로 일명 ‘앉은뱅이병’에 걸린 8명의 타이 여성 노동자들은 갑작스런 고국 장관의 방문에 놀라움과 반가움으로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힘이 빠져 흐느적거리는 노동자들의 다리를 일일이 만져보며 “어떻게 하다 이런 병에 걸리게 됐느냐”는 장관의 질문이 시작되자, 노동자들은 서러움이 복받쳐 눈물을 쏟아냈다.

중독 증상이 심해 침대에 앉아 있기도 힘든 씨린난(37)은 장관이 손을 잡고 병세를 물어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간신히 말문을 연 그는 “아직 아프기도 하지만 고향에 있는 6살짜리 딸이 보고 싶어 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또다시 굵은 눈물을 떨궜다.

그 이상 말을 건네지 못한 장관은 맞은편 침대에서 다리에 붕대를 감고 앉아 있는 로자나(31)와 싸라피(30)의 손과 발을 어루만지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처음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며 “이제는 한국 정부에서 모든 치료와 배려를 해준다고 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노동자들을 위로했다.


한참 동안 병실을 둘러본 장관과 와신 주한 타이 대사 일행은 “이들의 병도 병이지만 얼마나 고향과 가족이 그립겠냐”며 고국에서 가져온 엄지손가락만한 크기의 부처님 조각품을 노동자들에게 나눠주며 쾌유를 빌었다. 장관은 또 이들이 늦게나마 이런 치료를 받도록 애써준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박천응 목사와 조해룡 중앙병원장에게 두 손을 모아 코끝에 대는 타이 전통 인사법으로 감사 표시를 거듭했다.

장관은 “입맛 없을 때 맛있는 것이라도 사먹었으면 좋겠다”며 미리 준비한 한국 돈을 노동자들의 손에 꼭 쥐여준 뒤, 눈물을 보일세라 총총걸음으로 병실을 빠져나갔다.

이날 장관 일행의 방문에는 <타이 국립방송> 취재진이 따라붙어 노말헥산 중독으로 고통받는 여성 노동자들을 인터뷰하고 이들의 모습과 상태를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히 움직였지만, 한국 노동부 관계자는 단 한명이 나와 동향을 파악할 뿐이었다.

한편, 우라이완 장관은 “오랫동안 병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들이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길이 있는지 한국 정부와 협의해 보겠다”고 말하고, “우리 노동자들을 위해 애써준 모든 분들이 정말 고맙다”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이날 귀국길에 올랐다.

안산/김기성 기자 rpqkfk@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