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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3 19:08 수정 : 2005.01.23 19:08

지난 22일 밤 서울역에서 노숙자들이 이날 오후 5시 50분께 숨진 노숙자의 사인 규명을 요구하며 경찰이 시신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 과학수사대 요원들이 시신을 이송하기 전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황석주 기자



“공익요원이 구타” 주장

서울역 안에서 노숙자가 잇따라 숨지자 노숙자들이 공익 요원의 구타로 숨졌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지난 22일 낮 12시50분께 서울 중구 서울역 2층 대합실 동쪽 출구 옆 남자 화장실 안에서 노숙자 김아무개(40)씨가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철도 공안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또 이날 오후 5시50분께는 노숙자 이아무개(38)씨가 3층에서 쓰러져 있는 것을 역무원이 발견해 119 구조대에 신고했으나 숨졌다.

한 노숙자는 “이씨가 역사 안에 상주하는 공익 요원과 말다툼을 하며 치고받는 것을 봤다”며 “10분 뒤 화장실에서 돌아와보니 쓰러진 그를 공익과 철도 공안원들이 실어 나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노숙자들은 이씨가 처음 발견됐을 때는 살아 있었으나 응급조처를 받지 못했고, 공익 요원 등이 물건 나르는 짐수레에 이씨를 싣고 3층에서 2층으로 내려와 119구조대가 도착하는 쪽으로 데려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숙자 300여명은 이날 밤 “경찰을 믿을 수 없다”며 이씨의 주검을 내주기를 거부하며 경찰 100여명과 4시간 동안 대치했다. 이들은 경찰이 밤 10시15분께 이씨의 주검을 바깥으로 빼돌리자 역사의 집기 등을 부수며 격렬히 항의했다. 경찰은 노숙자 6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남대문경찰서 쪽은 “검안을 한 결과 외상의 흔적은 없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문헌준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 대표는 “노숙자들이 그동안 공익 요원들과 역내 공안 요원들에게 많이 맞았다”며 “의식을 잃은 이씨를 짐짝처럼 실어나를 것이 아니라 의사를 신속히 현장으로 불렀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서울역 근처에는 현재 600~900명의 노숙자들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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