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1.23 23:56 수정 : 2005.01.23 23:56

"둘째 아들만이라도 살려내야 하는데..."

23일 대전 시립화장장에서 얼음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려다 숨진 큰 아들 민규(16.중학교 3년)군을 하늘로 보낸 황길성(47)씨는 끝내 흘러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또 형과 함께 물속에 뛰어들었던 동생 대규(15)군은 대전 선병원 중환자실에서저체온증과 저산소증으로 3일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황군 형제는 지난 21일 오후 5시35분께 대전시 중구 중촌동 유등천 변에서 함께놀던 강모(9)군이 하천 위를 걷다가 얼음이 깨지면서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을 보고는 강군을 구하려고 물속에 몸을 던졌다.

이들은 강군이 자신들의 어깨를 밟으며 물을 먹지 않고 나갈 수 있도록 차가운물속에서 안간힘을 썼고 마침내 강군은 물밖으로 빠져나와 주변에 있던 시민들의 도움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

그러나 탈진한 상태로 물속에 있던 형제는 뒤늦게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조대원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형은 숨지고 동생은 무의식 상태로 중환자실에 옮겨졌다.

생명을 건진 강군은 평소 황군 형제와 대전시 서구 용문동의 같은 다세대 주택에 살면서 친하게 지내온 사이로 이날 하천 변에서 불을 쬐며 놀고 있었던 것으로알려졌다.


아이를 구하려다 사고를 당한 이들 형제는 부모님, 막내 여동생(14)과 함께 월세 18만원의 단칸방에서 가난하게 생활해 왔다.

아버지 황길성씨는 노동일을 하다 2개월 전부터 영업용 택시를 몰고 있지만 경기침제가 장기화되면서 요즘에는 월 100만원 벌기도 쉽지 않다.

이 수입으로는 수년 전 대형 쇼핑몰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친 아내의 치료비와가족들의 생활비를 대기도 벅찬 실정이다.

1년여 전 사업 실패로 3천만원의 빚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결국 그는 지난해 12월 동사무소에 영세민 신청을 했고 삼남매는 이번 겨울방학동안 동사무소에서 제공하는 무료급식으로 점심을 해결해 왔다.

이날 큰 아들의 장례식도 형제가 함께 다니던 중학교에서 모은 성금 200여만원과 친지들의 도움을 받고도 모자라 병원에 통사정한 끝에 어렵게 치를 수 있었다.

황씨는 "그동안 돈이 없어 해준 것도 없지만 착하게 커 온 아이들이었는데 너무가슴이 아프다"면서 "제발 작은 아들 대규 만이라도 살아나야 될텐데 치료비 때문에걱정"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황씨의 연락처는 (011)458-5094이다. (대전/연합뉴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