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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4 13:03 수정 : 2005.01.24 13:03

24일 오전 서울 강남경찰서 강력반에서 8개월 만에 아기를 되찾은 아버지(왼쪽)가 아기를 보자마자 얼굴을 감싸며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갖난애 구해달라 청부

“잘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24일 서울 강남경찰서 강력5반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던 김아무개(36·여·경기 광주시 남정면)씨는 고개를 떨군 채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김씨는 지난 2003년 3월 서울 중랑구 중화동의 한 나이트 클럽에서 만난 최아무개(31)씨에게 “임신을 했으니 결혼을 하자”고 속이고 심부름센터 직원 정아무개(40·서울시 강서구 화곡동)씨 등 3명을 고용해 “아기를 하나 구해달라”고 부탁한 혐의(인신매매)를 받고 있다.

김씨는 지난 1990년에 결혼해 16살과 14살 된 오누이를 둔 엄마였지만, 지난 2003년 5월 가출한 뒤 최씨와 동거를 시작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전 남편이 돈을 제대로 못 버는 데다 자주 다퉈 고민이 많았다”며 “나이트에서 만난 최씨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결혼식은 2003년 11월에 열렸다. 김씨는 결혼 경력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친척 역할을 할 도우미 9명을 일당 5만원에 부르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임신했다 속여 결혼’ 들통날까 부탁

거짓 임신 사실이 알려질까봐 두려움에 떨던 김씨는 지난해 2월 “친정이 미국인데 원정 출산을 하면 좋다”고 남편을 속여 4천만원을 받아냈다. 그는 이 돈을 “아들이든 딸이든 가리지 말고 아기를 하나 구해달라”며 정씨에게 ‘선수금’으로 건넸다. 아내가 미국에서 아이를 낳고 있다고 믿고 있던 최씨의 바람과 달리, 김씨는 서울 강동구 천호동 친구네 집에서 정씨가 아기를 ‘배달’해 올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의 부탁을 받은 정씨 등은 지난해 5월24일 오후 2시께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난지 70일 된 아기를 안고 길을 걸어가던 고아무개(사망당시 22·경기 평택시 포승면)씨를 붙잡아 아이를 빼앗았다. 정씨 등은 울부짓는 고씨의 목을 번갈아 가며 졸라 죽이고 강원도 고성 야산에 파묻었다. 정씨 등은 경찰에서 “병원에서 아기를 훔치려고 했지만 경비가 철저해 실패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아기 엄마를 죽인 바로 그날 아이를 김씨의 집에 배달했다. 김씨는 남편에게 정씨를 오빠라고 소개했고, 남편 최씨는 이를 믿었다. 김씨는 성공 사례비로 최씨 등에게 3천만원을 더 건넸고, 이들은 김씨를 찾아가 “남편에게 사실을 알리겠다”고 위협해 5110만원을 추가로 뜯어냈다. 정씨 등이 김씨에게 뜯어낸 돈은 모두 1억3810만원이다.정씨 등 납치범들은 지난해 5월24일 경기도 천안에서 뺑소니 교통사고를 내 차량이 수배된 상태에서 지난 22일 경찰 검문에 걸렸다. 그 차에서 죽은 고씨의 핸드폰이 발견됐다.

8개월 만에 아기를 다시 품에 안은 아버지 지아무개(38)씨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평생 이 은혜를 잊지 않겠다. 죽은 아내가 너무 보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성급히 경찰서를 나섰다. 다행히도 아이는 별탈 없이 자라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갔다.

8개월만에 뺑소니차 검문하다 잡아

서울 강남경찰서는 다른 사람의 아기를 빼았고, 그 어머니를 죽여 산에 파묻은 혐의(살인·사체유기)등 로 정씨 등 3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겨레> 사회부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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