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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6 10:16 수정 : 2005.01.26 10:16

이길원 기독노조 위원장(오른쪽)이 농성하고 있는 농성천막에는 “부당정직! 해고위협! 인권탄압 철회하라” 등의 구호가 쓰여있다. 황석주 기자 \



[현장] 부목사 8명 노조가입하자 직장폐쇄한 광성교회 농성장

‘노조’. 지금 이 두 글자를 꺼내기는 최악의 시점이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지부장이 돈을 받고 입사를 시켜준 비리를 저질러 지난 25일 밤 구속수감되는 등 온나라가 떠들썩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25일치 사설에서 “파업권을 휘둘러 비리를 저지르고 돈을 챙기는 노동운동은 이미 중병이 들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노동조합을 찾아간 이들이 있다. 그것도 교회의 목사들이. 우리의 궁금증은 이것이다. 그들은 왜 “사랑과 축복의 교회 대신 노동조합을 택했는가?”

서울시 송파구 풍납동 광성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교회 부목사 8명과 기전실 직원 2명이 전국기독교회노동조합(기독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 11일 직장폐쇄를 내린 ‘사업장’이다. 교회 사상 첫 직장폐쇄 현장을 지난 24일 오후 찾았다.


교인 약 1만명의 광성교회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교회 마당 오른쪽에 천막이 보였다. 천막 주위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부당정직! 해고 위협! 징계위원회 구성하라! 인권탄압 철회하라!”, “전국기독교회노동조합 쟁의행위 현장”.

낯설었다. 광성교회는 지난달 23일 기독노조에 가입한 부목사 8명에게 재택근무를 명령하고, ‘사례금’(임금) 지급을 동결했으며, 이에 이들은 부당노동행위로 교회를 제소한 상태다. 교회 앞마당에 세워진 노동조합의 농성천막, 그 안에서 농성 중인 기독노조 이길원 위원장을 만났다. 지난 7일부터 18일째 농성 중인 이 위원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하나님의 교회도 운영주체는 담임목사입니다. 대표자인 담임목사 역시 사용자의 눈을 갖고 노동자를 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교회 안에서 불평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노조가 불법 파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 직장을 폐쇄하는 것은 적법한 노조의 노동쟁의 행위를 방해하는 것입니다.”

“부목사는 부사장이 아니라 담임목사의 ‘쫄병’이자 ‘시다바리’”

‘사용자’인 담임목사는 ‘노동자’ 부목사 등을 어떻게 대했던 것일까? 자신 역시 인천에서 17년간 담임목사를 지냈던 이 위원장은 “부목사는 부사장이 아닙니다. 담임목사의 ‘쫄병’이자 ‘시다바리’죠”라고 말했다.

교회에 나오지 않는 교인들의 집으로 찾아가는 ‘심방’ 등을 주로 맡는 부목사는 광성교회에만 16명이다. 이들은 일반인들의 짐작과는 달리 인격적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게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신이 관할하는 지역의 교구장직 등에서 해임되거나 기도원으로 보내지기도 했다”는 게 부목사들의 주장이다. 특히, 이들은 최근 광성교회에서 일어난 분쟁과 관련 ‘담임목사를 지지하지 않는다’ 등의 이유로 교인 등에게 욕설을 듣거나 뺨을 맞고, 교회버스 운전기사한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광성교회 지철홍 부목사는 “담임목사가 교인들에게 자기편을 들지않는 부목사들이 나쁜 사람들이다고 지목하면서, 교인들에게 수없이 욕을 먹고 뺨을 맞는 등 인격적 모독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이 전한 한 사례는 일부 교회에서 벌어지는 부목사의 위태로운 지위를 잘 보여준다.

“서울 ㄱ교회에서 권사가 부목사에게 물건을 사러가자며 운전을 부탁했어요. 그런데, 부목사가 심방가기 때문에 못간다고 하니까, 권사가 담임목사에게 불만을 제기했죠. 그랬더니 담임목사가 “왜 안가느냐?”며 부목사를 꾸중하고는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며 잘라버렸어요.”

‘교회에서 어떻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부목사는 돈을 주고 고용한 사람이지만, 권사는 돈을 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교회의 절대권력은 하나님? 담임목사?

임기 1년의 부목사가 담임목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부목사가 담임목사와 사이가 나빠지면, 다른 교회로는 옮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부목사가 다른 교회로 가기 위해서는 담임목사들의 모임인 노회의 ‘이명’ 결정이 필요한데, 담임목사가 반대하면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이길원 목사는 “담임목사 1명에게 전권이 주어지다보니, 따귀 때리는 게 구조적으로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모든 권력은 마이크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설교권이 담임목사에게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말하면 교인들에도 세뇌가 되는거죠. 목사는 원래 샤먼이 아닌데 우리는 샤먼이 됐어요. 또 한국적 수직구조와 맞물려, 목사의 권한까지 특별해졌습니다. 설교에서 비유해서 공격하고, 충성하지 않는 사람은 요직에서 배제하는데 견뎌내기 어렵습니다

교회의 속설 ‘모든 권력은 마이크에서 나온다”

부목사가 이 정도인데, 교회 관리인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서울 중구 ㅅ교회에서 담임목사와의 갈등으로 해고된 교회 관리인 ㅇ(58)씨는 “아직 머슴살이 취급을 못 벗었다”며 “이제 교회는 가라고 해도 안간다”고 말했다. 역시 교회 관리인을 지낸 ㄴ(59)씨는 “교회가 갈 때까지 갔다. 사랑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막강한 담임목사의 권력은 비리 등 도덕성 시비가 불거지면, 더욱 힘을 발휘한다. 이때문에 지난 1년 가까이 이성곤 담임목사와 원로목사와의 갈등, 담임목사의 도덕성 시비 등으로 분규를 겪고 있는 광성교회에서 부목사들이 기댈 곳은 노조밖에 없었다. 지철홍 부목사는 “사용자인 담임목사의 불법적인 행위 앞에서 너무 약한 우리가 부목사직에서 강제해임되지 않고 노동법에 따라 보호받으면서 담임목사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 노조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교구장직에서 해임된 뒤 찾아간 곳은 지방노동위원회였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 구제신청을 했다. 교구장직에 복직시키라는 안건을 놓고 단체협상을 하기도 했지만, 쟁의조정이 결렬됐다. “담임목사가 가속패달을 밟으면 막을 길이 없다”는 지 부목사는 “우리가 노조원이라는 것도 아니러니지만, 교회가 직장이라고 직장폐쇄을 한 것도 아니러니다”고 말했다. .”



담임목사의 절대권력화와 우상화는 어느 정도일까? 최근 기독교전문매체 <뉴스앤조이> 보도의 한 대목을 보자. 지난 1월 19일 낮 12시30분, 대구 서현교회(박순오 목사)에서 청교도영성훈련원 원장 전광훈 목사가 목회자부부세미나에서 한 강연을 취재한 것이다.

전광훈 목사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 내려라, 그대로 하면 내 성도, 거절하면 똥”

<강의 주제는 ‘성령의 나타남’이었으나 그 내용은 한국교회의 병폐 중 하나인 비성경적이고 비윤리적이며 부적절한 어법으로 목사를 우상화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전광훈 목사는 “우리 교회 성도들은 목사인 나를 위해 죽으려는 자가 70% 이상이다. 내가 손가락 1개 펴고 5개라 하면 다 5개라 한다. 자기 견해없이 목사를 위해 열려 있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목사는 교인들에게 ‘교주’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이 성도가 내 성도됐는지 알아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옛날에 쓰던 방법 중 하나는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팬티) 내려라, 한번 자고 싶다 해보고 그대로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똥이다. 또 하나는 인감증명을 끊어 오라고 해서 아무 말없이 가져오면 내 성도요, 어디 쓰려는지 물어보면 아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이 강연에 대해 “해괴하기만 한 강의였으나 주된 참석자들인 대구경북 지역 목회자 부부들은 양손을 치켜들고 ‘아멘’으로 화답하기에 바빴다”고 보도했다. ‘우상화’ 수준에 이른 일부 담임목사들이 자신이 고용한 부목사나 관리집사 등을 어떻게 대했을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담임목사를 견제하기는 쉽지않다. 교회에는 장로 이상의 모임인 ‘당회’가 있고, 집사 이상들이 모여 재정출납 등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제직회’가 있지만 담임목사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다.

이 위원장은 “교회법이 목회를 하는 목사 위주로 만들어져 있고, (목회자의 권한 등을 관리하는 각 지역별) ‘노회’도 담임목사들의 이익공동체이기 때문에 담임목사 편을 들 수밖에 없습니다. 또 담임목사가 노회를 탈퇴하면 교회에 따라서는 수억원의 상회금(연 회비)이 없어지기 때문에, 노회도 담임목사에게 함부로 하지 못하죠”라고 말했다. 실제로 광성교회가 속한 동남노회는 1년 가까이 분규상황을 지켜만 보다가, 지난 11일에야 수습전권위원회를 만들었다.

교회법도 고삐풀린 담임목사를 제어하기는 역부족이다. 지철홍 부목사는 “1960년에 만들어진 낡은 교회 헌법이 불법행위를 하는 담임목사를 법으로 제어하기에는 솜방망이다”며 “교회에 강력한 법이 없고, 총회나 노회의 재판국 모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담임목사를 보조하는 부목사들은 권한을 갖기 못하고, 담임목사만 전권을 행사하다보니 문제가 생긴다”며 “교회법도 바꿔 담임목사가 권한을 남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차는 도로교통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나요?”

기자가 인터뷰를 하고 있던 천막과 기독노조에 대한 태도는 교인들 사이 크게 엇갈렸다. 천막 안으로 “힘내라”며 귤을 사다주는 교인들도 있었지만, 천막을 지나던 한 50대 여성은 이렇게 소리 질렀다. “교회에 노조가 뭐가 필요 있어요? 하나님 앞에 쟁의해요?”

지난 16일 밤에는 이 위원장이 교인들에게 정강이를 걷어차이고, 오른쪽 눈을 얻어맞았다. 이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교회차가 하나님의 차니까 도로교통법을 지키지 않아도 됩니까? 교회차의 주인은 하나님이지만, 잘못한 운전수는 처벌받아야 합니다. 역시 교회도 주인은 하나님이지만, 운영주체는 사용자인 담임목사죠. 노조가 교회를 건강하게 할 것이라 믿습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 광성교회는 어떤 곳인가?

전국기독교회노동조합(wwww.gdnojo.org )은 지난해 4월 인천시 계양구 서운동 경인교회 등 계약직원 5명이 종교단체로는 처음으로 만들었으며, 현재 광성교회 부목사 등을 포함해 40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다.

광성교회는 현 이성곤 담임목사가 지난 2003년 12월 부임한 이후 원로목사(전 담임목사)와의 갈등 및 폭탄주 논란, 외도 등 도덕성 시비 등으로 지난 1년 가까이 담임목사 지지·반대 세력으로 나뉘어 갈등을 빚어왔다. 최근 교회분규 사태와 관련 직장폐쇄 결정을 내린 것도 부목사 8명이 담임목사를 비판한다는 점도 맞물려 있다. 한달 전부터는 교회분규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10명 가까운 경호원이 이성곤 담임목사를 보호한 가운데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11일 열린 제직회는 방탄방패를 든 100여명의 사설 경호원이 이성곤 담임목사를 보호하고, 일부 반대 교인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는 혼란속에 노조가입 8명의 부목사 사례비 지급 중단, 2005년 예산안 등을 통과시켰다. 한편, 광성교회가 속한 동남노회는 광성교회 사태 수습전권위원회를 구성하고, 사태수습에 나섰지만 지지자들이 나눠지는 등 갈등이 첨예해 해결이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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