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1.26 14:13 수정 : 2005.01.26 14:13

최종길 교수 / 연합

`배상 시효 소극적 계산' 지적도..상급심에 다시 `기대'

국내 `의문사 1호'인 최종길 전 서울법대 교수의 유족들이 낸 국가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려 `국가가 저지른 범죄'가 `세월'을 이유로 면책받게 됐다.

법적으로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민법 766조 1항)이 지나거나 불법행위를 안 날로부터 5년(예산회계법 96조)이 지나면 소멸한다.

재판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해 유신정권이 종료된 1979년까지는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지만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검찰에 진정을 낸 1988년 10월 이후에는 이런 `장애사유'가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유족들이 소송을 제기한 2002년 5월 이전에는 검찰에 관련자 형사처벌을 요구하거나 의문사특별법에 따라 최종길 교수에 대한 의문사 인정을 요구했을 뿐이어서 5년의 소멸시효가 지나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재판부의 이같은 판단이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할 수 없다'는 소멸시효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적지 않다.

고 최종길 교수 아들인 최광준(40) 교수는 판결 선고 후 "박정희 정권 시절뿐 아니라 그 후에도 이어진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없었다는 것은 그시절을 살아온 분들이 모두 증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군사정권과 권위주의 정권으로 굴곡진 우리 현대사의 이면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이는 재작년 8월 `수지 김 사건' 재판부가 "국가가 위법행위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법의 신뢰성 측면에서 도저히 허용될수 없다"며 42억이라는 거액의 국가배상 판결을 내린 것과도 다르다.

당시 재판부는 국가기관인 검찰이 가해자인 윤태식씨를 기소한 2001년 11월에야 수지 김의 유족들이 진실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판단해 그때부터 3년간의 소멸시효를 인정했다.

최 교수 사건은 "최종길이 감시소홀을 틈타 7층 화장실에서 뛰어내려 숨졌다"는 중정 감찰조사 결과와 "최 교수가 타살당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중정에서 당한 고문과 협박에 항거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볼 수도 있다"는 의문사위 발표가 공식자료의 거의 전부다.

당시 중정 제5국 공작과장이었던 안모(76)씨가 법정에 나와 "최종길 교수는 간첩이라고 자백한 적이 없고, 간첩임을 자백하고 투신자살했다는 중정발표는 조작된것"이라고 증언했는데도 국가기관은 여태껏 사건의 진상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유족들은 "자살인지 타살인지 가릴 증거도 없어 소송을 제기할 수 조차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진상규명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국민보호의무를 저버린 것"이라는 유족측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의문사특별법 제정 전에는 국가가 사건 진상을 밝히고 유족을 보호해야 한다는 법률 규정이 없었다"며 "국가에게 도의적인 책임이 있는지는 몰라도 법률적인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행정부는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국민을 해치고, 입법부는 이를 구제할 법률을 만들지 않았으며, 사법부는 국가배상의 소멸시효를 소극적으로 계산해 이같은 판결 결과에 이르게 됐다.

국가로부터는 1원도 배상받지 못한 최종길 교수 유족들은 "국가가 불법행위를 하고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도대체 국가는 왜 존재하느냐"고 묻고 있다.

최 교수 사건과 함께 주요 의문사로 꼽히는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 의문사와 대학생 이내창, 이철규씨 의문사 그리고 노동운동가 박창수씨의 의문사 등 중정이나 안기부가 개입 가능성이 큰 사건 역시 마찬가지여서 상급심 판단이 주목될 수 밖에 없다.

(서울=연합뉴스)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