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26 17:59
수정 : 2005.01.26 17:59
“국민 아픔 같이하는 게 정부 몫”
“많이 울었습니다. 국민의 아픔을 같이하는 게 정부의 할 일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수십만명의 인명을 앗아간 지진해일이 남아시아를 덮친 지 꼭 한 달째인 26일, 한국인 피해가 가장 많았던 타이 푸껫에 급파돼 현장지휘본부를 이끌었던 조중표 외교통상부 영사업무담당 대사는 “현지 대사관은 물론 교민, 한국국제협력단 모두가 부상자를 돌보고 유족을 챙기는 일에 헌신했다”고 말했다.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시체안치소를 헤집고 다니는 게 가장 힘든 일 중 하나였다는 조 대사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아들·딸의 시신을 찾아 돌아다니던 이들을 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인간적인 애통함과 고통을 느꼈다”며 “합동위령제를 지낼 때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초기단계에서 사태 파악이 힘들었고, 결국 전세계가 초기대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사태를 파악했을 땐 푸껫 공항에 물이 차 비행기까지 끊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재난 발생 직후 급파된 주타이대사관 영사가 교민들과 연락해 하룻밤 만에 작성한 실종자 명단이 지금까지 그 틀을 유지하고 있다는 데 대해선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 대사관은 피해자 신고와 여행증명서 발급, 부상자 위문에 그쳤지만, 우리 정부와 교민들은 유가족과 같은 심정으로 재난 현장을 돌며 시체더미에서 살았다”며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국민이 조금이나마 알아주고 격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대사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영사업무에 대한 인식이 더욱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국민의 아픔을 같이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무엇보다 영사업무를 위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신념이 더욱 굳건해졌습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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