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1.26 18:15 수정 : 2005.01.26 18:15

‘천사’가 되어주세요

시설기준 못미쳐 쫓겨날 판

“안녕하세요~!”

서울 구로구 구로본동에 자리잡은 브니엘의 집. 외부인의 갑작스런 방문에도 쭈뼛거리며 눈치를 살피는 기색 없이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았다. 1997년 3월 만들어진 이곳은 30여명의 장애인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다. 정신지체, 자폐,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서로를 도우며 모자란 부분을 채워나가고 있다. 이곳을 이끌고 있는 박상준(사진) 원장 역시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이다. 그 자신 어릴 적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휠체어를 타고 생활해야 하는 형편이지만 함께 사는 장애인들을 대신해 도맡아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부족하면 어때요. 처음엔 가리봉동에서 방 두칸으로 시작했는걸요.”

거처할 곳이 없는 장애인을 한두명 거두다보니 식구가 30여명으로 늘어났다. 그나마 요즘은 더 받을 여유가 없어 입소자들을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70여명의 후원자들이 1000원부터 5만원까지 매달 지원하는 금액으로 꾸려가는 이곳의 형편은 기실 넉넉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정작 바라는 것은 최소한의 이동할 수 있는 자유와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있는 권리인 것처럼 보였다.

“학교가는 것이 마냥 즐거운 아이, 장애인이라 무료로 지하철을 타는 재미에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소박한 행복을 느끼며 살던 사람들이 갑자기 다른 공간에 옮겨지게 된다면 그야말로 큰 걱정이지요.”

박 원장의 염려는 7월31일에 머물러 있다. 브니엘의 집은 미인가 시설이다. 민간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해 재정 확보가 어렵고, 시설 규모가 작아 정부가 규정하고 있는 시설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보건복지부의 복지시설 양성화 방침에 따라 브니엘의 집은 7월 말까지 인가를 받을 수 있는 시설기준을 갖춰야 한다. 날짜에 맞춰 개선명령이 떨어지고 난 뒤 9월까지 민관합동 조사팀의 조사를 받고 나면 전환 또는 폐쇄 방침이 내려진다. 장기적인 거주지 마련을 위해 브니엘의 집 사람들은 고심 끝에 ‘1004 생활관’ 터 마련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 원장은 “한 사람의 힘은 연약하지만 마음을 같이하는 사람이 여럿 모이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후원을 당부했다. (1004 생활관 건립 후원문의: (02)837-8513/857-3818, 후원계좌: 신한은행 317-01-082284 예금주 브니엘의 집)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