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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6 19:20 수정 : 2005.01.26 19:20

노래로 환경운동을 하는 이기영 호서대 교수(왼쪽)와, 신자들을 상대로 독서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기양 잠실7동성당 주임신부 형제가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기타 하나 책 한권 나누는게 별건가

“제가 노래로 환경운동을 펼치고 동생이 신자들에게 책읽기 운동을 벌이는 것은 음악과 책을 좋아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선비 정신과 닿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98년 말부터 노래를 통한 환경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기영 교수(호서대 자연과학부)와, 신자들을 상대로 책읽기 운동을 성공적으로 펼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천주교 잠실7동성당의 이기양 주임신부. 이들 형제는 다산의 청빈한 선비 정신이 절실한 시대라고 입을 모았다.

물질과 출세, 성공만 좇는 황금만능세상이 결국은 자원을 고갈시키고 지구생태계를 파괴해 인류 문명 자체가 파멸의 길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또 물질은 풍요로워졌지만 태평성대가 오기보다 오히려 부모형제가 욕심으로 서로 다투고 가족끼리, 이웃끼리 담을 쌓고 살아가는 세상이 됐다고 이 신부는 평가한다. 그래서 이들 형제는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운동을 펼치고 있다.

2001년부터 매년 음반배포

식품생물공학이 전공인 이 교수는 음식물 쓰레기 사료화를 연구해오다, 사람들이 음식물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함부로 버린다면 남은 음식물의 사료화 연구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먼저 사람들의 낭비적인 가치관을 검소하게 바꿔야겠다며 환경운동에 발벗고 나섰다. 환경운동을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노래였다.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데는 검약한 생활 등 일정 정도 자기희생이 요구돼 당위성을 인정한다 해도 실천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강의를 통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주입시키기보다, 노래와 음악으로 마음을 열게 해서 환경보호에 동참하도록 하는 것이 더 쉬운 방법이라고 판단했지요.”


이 교수는 각종 강연회와 환경 관련 행사 때 발표해온 ‘지구를 위하여’ ‘천년의 나무 심자’ ‘평화의 숲 생명의 숲’ 등 20여곡 가운데 12곡을 뽑아 2001년 환경의 날을 맞아 첫번째 환경음반인 <영원한 고향>을 내놓았다. 이어 2002년 식목일에는 세계 산의 해와 월드컵 개최를 기념해 두번째 음반인 <나의 나무>를 냈다. 첫 음반은 에너지 절약, 물 절약 생활수칙, 갯벌나라 등 자연을 사랑하는 내용을 담은 동요들을 초등학생인 딸과 이 교수가 함께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3년 12월엔 환경노래 CD가 수록된 <노래하는 환경교실>(현암사)을 펴냈다.

형은 음악으로 환경보호
동생은 책 권하는 성당으로
자기를 버리고 내면을 채워
더불어 함께사는 길 동참

이 교수는 환경노래 보급을 위해 자신의 음반을 전국의 초중고교 음악교사와 환경교사, 환경단체에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세계에서 노래방이 가장 많을 정도로 전통적으로 가무를 즐겨온 우리나라에서 노래에 자연사랑의 메시지를 담아 사람들에게 전달하면 환경운동과 환경문화 발전에 큰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신심서적 54권 읽기

이기양 신부는 2003년 말부터 신자들에게 책 읽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해 1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한햇 동안 성당에서 ‘신심 서적 54권 읽기’ 운동을 벌여 300여명의 신자들이 목표를 달성했다. 올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목표를 33권으로 줄여 ‘신심 서적 33권 읽기’를 시작했는데, 이는 가톨릭신문사와 함께 전 가톨릭계를 대상으로 한 책 읽기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신부는 “사람들이 탐욕과 허식, 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내면이 비어 있기 때문”이라며, “진리를 깨달아 내면을 채우는 데는 책 읽기가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신부가 책 읽기 운동을 펼친 데는 자신의 고교시절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신부가 되기로 결심하는 데 A.J.크로닌의 <천국의 열쇠>가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 시절 고전 114권을 읽으며 일기도 쓰고 글도 열심히 쓰다 보니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정리가 잘 되었습니다.”

‘유산 10% 봉헌 운동’ 계획

그는 책을 읽되 좋은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한데, ‘돈 많이 버는 법’이나 ‘예뻐지는 법’ 같은 내용의 책은 오히려 정신을 더 피폐하게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잠실7동성당이 책 읽기를 시작한 뒤 신자들의 생활에 큰 변화가 생겼다. 집에서 텔레비전 보는 시간이 줄어들고 부부끼리, 부모와 자녀 사이에 대화의 시간이 늘어났으며,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것. 또 성당에서도 신자들끼리 모여 앉아 수다를 떨기보다는 틈만 나면 책을 읽게 됐다.

이 신부는 책 읽기 운동의 장기적 목적이 ‘나눔운동’이라고 밝혔다. “빈부 차가 심해지면 사회가 불안해지고 결국 가진 사람들도 편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다 함께 사는 길이라는 것은 세계사의 교훈입니다.”

이 신부는 신심 서적 읽기를 하면서 내면적으로 성숙해진 신자들을 지역별로 9개 구역으로 나눠 각각 1곳 이상의 사회복지시설과 자매결연을 맺어 어려운 이를 도와주는 사업을 내년부터 펼칠 계획이다. 또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유산을 조금 나눠주는 ‘유산 10% 봉헌’ 운동도 함께 해나갈 생각이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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