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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신출귀몰해도 경비업체 배상책임 |
도둑이 귀신같은 솜씨로 1분만에 첨단경비시스템을 뚫었더라도 보안 시스템에 허점이 존재했다면 경비업체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7부(이형하 부장판사)는 27일 골프용품점을 운영하는 A(64.여)씨가 경비업체 B사를 상대로 낸 5천7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경비업체와보험사는 2천4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의 점포에 도둑이 든 것은 2003년 6월 초.
점포 내부에는 자석감지기 2대와 음향감지기 3대, 열선감지기 4대가 준비돼 있었고, 상품 진열장이 있어 음향 감지가 어려운 강화유리벽에는 열선감지기가 추가로설치돼 있었다.
탐지거리 8m의 음향감지기는 강화 유리벽에서 4m 떨어진 곳에 설치돼 고양이크기 이상의 물체가 움직일 경우 이상 신호를 계속 보내기 때문에 사실상 ‘철통보안’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도둑은 강화유리를 깨뜨려 어른이 선 채 드나들 정도의 큰 구멍을 낸 뒤1분1초만에 고급 골프채 35자루(구입가 3천150만원)를 훔쳐 달아났다.
경찰은 열선감지기가 1차 이상신호를 낸 뒤 4만분에, 경비업체 직원은 6분만에현장에 도착했지만 도둑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1심 재판부는 경비업체와 경찰의 신속한 대응은 모두 적절했고 이상신호 감지후 바로 경찰에 신고했더라도 1분1초만에 철수한 도둑에게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며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현장에 신속하게 도착한 조치는 적절하며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지만 점포 3면이 유리로 돼 있고, 목재 진열대로 가려 있어 유리 파손음을 감지하기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면 충격감지기가 더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강화유리벽을 깨고 커다란 구멍을 낸 뒤 목재 진열대를 뜯어내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을 것이기 때문에 유리 파손이나 진동을 감지할 수 있는 충격감지기가 설치됐다면 도난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것.
재판부는 “전문 경비업체로서는 적합한 경비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있고, 가입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경비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경비계약 체결을거절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리벽 외부에 셔터 등 보완시설을 설치하는 등 침입 방지 의무를 소홀히한 원고의 책임도 인정, 손해액의 70%만 경비업체와 보험사에 배상하도록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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