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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30 21:38 수정 : 2005.01.30 21:38

행정수도 논란 2라운드-
단체장에게 듣는다

① 심대평 충남지사

“정치적 합의 후속대안 조건부 수용가능”

정부와 여당이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으로 ‘행정중심도시’안을 확정하자 정치권과 언론에서 다시 이를 둘러싼 논쟁이 불붙고 있다. 지난해 10월21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전 신행정수도 건설을 두고 벌어진 논란이 1회전이었다면 바야흐로 2회전으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이 문제를 비롯한 시정 현안에 대해 수도권과 충청권, 영호남권 주요단체장들의 견해를 들어보는 연쇄인터뷰를 시작한다. 편집자주

도백만 네차례에 올라 ‘행정의 달인’이라는 평을 받는 심대평 충남지사는 지사 공관에서 4시간여 동안 이뤄진 <한겨레>와의 새해 인터뷰에서 내내 벌겋게 얼굴이 상기된 채 국가 균형발전과 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특히, 평소 국민투표와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새 행정수도 건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온 심 지사는 지난 29일 “새 행정수도 건설의 애초 정책취지를 살려나가겠다는 정치적 선언과 제도적 뒷바침을 마련한 뒤 그 중간단계로 후속대안이 여야 정치적 합의로 마련되면 수용할 수 있다”며 ‘행정중심도시안’에 대한 조건부 수용 의사를 처음으로 밝혔다.

-현재 정부 여당이 확정해 국회에서 논의하겠다는 ‘행정중심도시안’을 어떻게 보십니까?


=원칙은 잊혀지고 대안만 남은 듯 합니다. 위헌 결정이 행정수도 건설이 불필요하다는 판단이 아니라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한 것인데도 마치 행정수도 건설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오해하고 이에 따라 충청도에 자족도시 하나 건설하면 대안이 되는 양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어떤 대안이든 왜 행정수도 건설 문제가 부각됐는지를 잊지 않아야 합니다.

균형발전 위한 행정수도 당위성 여전
애초 취지 맞는 정치 선언·제도 전제
충청민심 달래기식 ‘자족도시’ 는 반대

행정수도 건설은 두 가지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행태의 대안이든 최종목표는 행정수도를 전제로 해야 합니다.

-평소 국민투표와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새 행정수도 건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는데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의 공감과 정치권의 합의를 이끌어 애초 건설 취지에 맞는 도시를 건설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헌재의 위헌 결정은 절차상 문제를 지적한 것이지 정책의 당위성을 부정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와 정치권은 절차를 밟을 생각은 하지 않고 대안 내놓기에 급급해요. 위헌결정으로 정부와 국회, 법의 존엄성에 대한 국민 불신이 얼마나 큽니까? 또 대외적으로는 국가 신인도가 추락했어요. 신뢰가 없다면 누구도 법을 지키려 하지 않을 겁니다. 국민투표와 헌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국민투표와 헌법개정을 통해서 새 행정수도를 건설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것 아닙니까?

=애초 정책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대안은 국력낭비, 국론분열만 가져오면서 효과가 없다는 것이죠. 물론 헌법개정 등의 절차를 밟으려면 현실 여건상 시간이 계속 늦춰질 수밖에 없지요. 따라서 새 행정수도 건설의 애초 정책취지를 살려나가겠다는 정치적 선언과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한 뒤 그 중간단계로 후속대안이 여야 정치적 합의로 마련되면 수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국회 신행정수도 특위의 논의를 보면 도시 규모와 성격에만 관심이 있는 듯합니다. 새 행정수도는 어떤 도시여야 한다고 봅니까?

=행정수도를 백지화하는 대신 반발하는 충청도를 달래기 위해 자족 도시나 다기능 복합도시를 만들어 주자는 식이라면 (내가 나서서) 반대할 겁니다. 뭣 때문에 충청도에 인구 50만 규모의 자족도시가 필요합니까. 또 그 인구는 어디에서 채워질 수 있겠어요. 수도권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과천정부청사와 대전정부청사가 과연 수도권 문제를 해결했습니까. 이런 수준이라면 안 하는게 낫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행정수도는 수도권 문제를 해결해 수도권 발전을 촉진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는 효과를 목표로 하는 도시여야 합니다. 이런 효과는 대통령이 옮겨오고 정부부처도 한꺼번에 와야 가능합니다.

-원론적안 문제로 돌아가 보죠.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서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테제가 왜 다시 나왔다고 보십니까?

=1962년 1차 경제개발계획이 시행될 당시 우리나라의 경책 기조는 파이를 키우는 것이었습니다. 국가 자본이 부족하다 보니 한 지역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외자를 도입해 경제 규모를 키우는 형태였죠. 이러다 보니 서울에 전 인구의 절반 가까이 모이는 결과가 초래되면서 1964년 이후 일극집중 현상이 심화됐어요. 이때부터 다양한 대도시 인구억제 정책이 시행됐지만 1970년대 들어서면서 서울 인구는 600만명을 넘어섰죠. 서울 문제가 정책으로 풀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김대중씨는 선거공약으로 서울 이전을 밝혔고 박정희 대통령도 이를 추진했던 겁니다. 1980년대 인구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서울은 정체됐습니다. 경기도에 신도시들이 잇따라 건설되면서 수도권 개념이 등장하고 집중에 대한 폐해가 심각해졌습니다. 20여 년 동안 공장총량제, 대학이전 촉진 등 그동안 500여개에 달하는 수도권 과밀억제 시책들이 추진됐음에도 불구하고 인구의 48%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은 행정수도 이전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반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결국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국민 공감대를 이뤘다고 봅니다.

-그러면 새 행정수도 건설이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테제에 가장 유효하고 실질적인 정책 대안이라고 보십니까?

=서울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이 최상의 대안입니다. 행정수도 건설 외에 이런 대안이 있다면 (내가 앞장서서)신행정수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할 겁니다. 행정수도 건설은 지금까지 수십년 간 시행된 수도권 과밀억제 정책들이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남은 유일한 대안이자 가장 유효하고 실질적인 정책입니다.

서울 반대가 사실상 문제 원인

-새 행정수도 건설에 반대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오히려 수도권 규제를 풀어야만 국가경쟁력이 지속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하는데요.

=왜 신행정수도 건설 문제가 나왔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봐요. 행정수도 건설이 벽에 부딪친 것은 사실상 서울이 반대해서 생긴 문제입니다. 서울의 연간 교통혼잡 비용이 12조원, 환경비용이 4조원 등 25조원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경기도에 신도시가 건설되고 인구가 증가하는 건 포화 상태인 서울을 대신하기 때문입니다. 서울과 신행정수도와는 1시간 이내여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논리도 말이 안됩니다. 행정수도가 건설되면 당장 서울은 과밀화와 교통 혼잡을 해소해 물류비용이 줄고 각종 규제가 완화돼 쾌적한 환경 속에서 경쟁력과 삶의 질이 높아집니다. 청계천뿐 아니라 다른 곳도 정비가 가능하죠. 따라서 서울은 경쟁력 있는 도시로, 경기도는 규제가 풀리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는 전기를 맞을 것입니다.

서울시민, 수도시민이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는 있습니다만, 천도가 아닌 행정수도입니다. 정치수도가 옮겨갔다고 해도 뉴욕과 캔버라 시민의 자긍심은 여전합니다. 수도의 개념은 이미 다양해졌습니다. 행정이 이전해도 서울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경제, 문화의 수도이자 중심으로써 남을 것입니다. 행정수도 효과를 제대로 알면 서울시민도 환영할 겁니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행정수도 문제가 해결된 다음의 문제입니다.

-새 행정수도 건설 추진을 위해 현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현재 정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설득과 조정을 이끌 리더십입니다. 예전에 경부고속도로나 서울올림픽을 한다고 했을 때도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성공적으로 이를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리더십을 갖고 비전과 신념을 내보이며 국가 미래를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행정수도 건설은 서울 문제를 해결하는 마지막 카드라는 점을 들어 의미와 효과를 알리며 국민을 설득하고 여·야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또 정부의 실행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예정지 2160만평을 조기 매입해야 합니다.

정부 설득·조정의 리더십 절실

-행정수도에 대해 수도권 주민들을 제대로 설득해내지 못한 데 대해선 정부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보는데, 특히 반대한 수도권 뿐 아니라 충청권 이외의 자치단체들도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다시 말하지만 행정수도 건설은 충청도를 위한 게 아닙니다.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문제를 해결하고 다른 지방 자치단체도 사는 유일안 대안이라는 인식을 해야 합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계속 유지할 경우와 연기·공주 행정수도를 중심으로 할 경우 얼마나 경쟁력이 높아질지 생각해야 합니다. 충남과 수도권을 제외한 전 자치단체의 인구가 줄고 있어요. 특히 사회를 이끌 인재들이 상경하는데 이들이 지역에서 제 역할을 다하도록 기회를 줘야 합니다. 정부부처 몇 개 옮기고, 대학들 이전한다고 지방경쟁력이 강화되겠습니까. 수도 이전은 정부가 그동안 중앙집중식 사고의 폐해를 인정하고 지방분권을 이끄는 첫걸음입니다. 모든 권한을 움켜진 채 제2의 서울을 만드는 수도이전이 아니라 권한을 지역에 나눠주는 이전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행정수도 이전이 안 되면 영·호남 지역은 공공기관 이전은 물론 실질적인 권한 이양도 없을 겁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광역 자치단체 가운데 미약하지만 충남도는 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사실 수도권 문제로 공장총량제 등 규제 정책이 시행되면서 반사이익을 가장 많이 본 지역이 충남입니다. 최근 3년여 동안 해마다 600~1800개 공장이 전입했어요. 행정수도가 건설되면 이런 반사 이익은 줄어들 겁니다. 오히려 행정수도 건설이 충남의 중장기 발전계획에는 도움이 안됩니다. 충남은 백제권 및 내포권 관광특구 지정과 서해안 개발, 산업화 정책 등 장기발전 계획이 궤도에 오르면서 1인당 GRDP는 울산에 이어 두 번째이고 지난해 수출 흑자만도 290억 달러에 달했죠. 제조업 외자유치 규모는 이미 서울을 앞질렀습니다. 행정수도 건설은 결코 충청권 발전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나온 정치적 산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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