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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31 15:02 수정 : 2005.01.31 15:02

청년실업자 60% “자살까지 생각”

최근 국립국어원은 청년층의 취업난을 반영한 말들이 ‘2004년의 신조어’로 두드러졌다고 발표했다.

‘낙바생-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듯 어렵게 취업한 졸업 예정자’, ‘청백전-청년백수 전성시대’, ‘삼일절-31세면 절망이라는 뜻으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직장인의 현실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등이 국어원이 선정한 지난 한해 청년 취업난의 사례들이다. 2003년의 신어가 사오정, 오륙도 등으로 중년계층의 실업난을 보여줬다면 2004년의 신조어는 중장년의 실업난이 청년층으로 확산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청년실업난은 구직자의 정신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잇단 조사와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최근 한 대학은 장기간에 걸친 추적조사를 통해 청년실업이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청년실업, 정신건강에 악영향’ 국내 첫 실증적 입증
성신여대 연구팀, 대학생 893명 1년간 추적

청년실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의 정신건강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입증됐다. 이는 청년실업이 젊은이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장기간에 걸친 추적 조사를 통해 실증적으로 분석해 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성신여대 심리학과 장재윤교수 연구팀은 31일 한국심리학회지 최근호에 게재한 `청년실업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종단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전국 20개 대학 4학년생 2천747명을 대상으로 2003년 5월부터 6개월간격으로 세 시점에서 취업상태와 정신건강을 측정했다. 연구팀은 이 가운데 세 차례 모두 조사에 참여하고, 취업 여부도 확인된 893명의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2∼3차 시점의 취업 여부에 따라 조사 대상을 `미취업-미취업' `미취업-취업', `취업-취업'의 세 집단으로 나눴다.

즉 `미취업-취업 집단'의 경우 2차 조사시점인 2003년 11월에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으나, 지난해 5월에 이뤄진 3차 조사시점에는 취업에 성공한 학생들의 집단을 의미한다.

정신측정 방법인 GHQ(General Health Questionnaire) 기준을 이용, 각 집단의시점별 정신건강 수준을 측정한 결과, `미취업-미취업 집단'은 `우울ㆍ불안' 항목에서 1차 시점 8.28, 2차 시점 8.51로 큰 차이가 없었으나 3차 시점에는 9.08로 수치가 크게 높아졌다.

수치가 높아지면 그만큼 정신건강이 악화했음을 뜻한다.

반면 `미취업-취업' 집단은 1차 8.03, 2차 8.49를 나타냈으나, 취업에 성공한 3차 시점에서는 7.76으로 우울ㆍ불안지수가 크게 낮아졌다.

이는 졸업 후 취업을 못한 상태로 응한 심리조사에서 우울ㆍ불안 지수가 크게 높아진 데 반해 취업에 성공한 학생들은 우울ㆍ불안지수가 대폭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GHQ 총점' 항목에서도 `미취업-취업' 집단은 2차 15.23, 3차 14.55로 정신건강수준이 점차 좋아지지만 끝까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미취업-미취업'집단은 2차 15.96 3차 16.83으로 정신건강 수준이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또 남학생들의 경우 `미취업-미취업 집단'의 1차 시점 `우울ㆍ불안' 지수가 `미취업-취업' `취업-취업' 집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정신건강 수준이 실제 취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건강한 수준에 있는 학생들이 일자리를 구할 확률이더 높다는 의미다.

장 교수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를 늘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실업상태에 있는 청년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는 도움을 주는 일도 중요하다"고지적했다.

10명 중 7명 스트레스성 "취업병"
구직자 60.7%“취업실패로 한때 자살생각”

한편 한 취업전문 사이트에서 구직자를 상대로 ‘취업병’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상당수가 스트레스성 질환을 앓았거나 현재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구직자 10명 중 7명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취업병'에 시달린 경험이 있으며, 취업실패를 비관해 자살을 생각해 본 구직자도 60.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경제난으로 국민 건강까지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

인터넷 취업포털 잡링크(www.joblink.co.kr)가 신입 및 경력 구직자 1,854명(신입 1,082명, 경력 7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29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구직활동 중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질병을 앓아 본 적이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67.2%(1,246명)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질병의 종류"로는 '우울증'이 33.5%(418명)로 가장 많았으며, '소화불량' 23.6%(294명), '불면증' 19.5%(243명), '두통' 10.8%(135명) 순이었다. '탈모'는 6.9%(86명), '기타'질병은 5.7%(70명) 이었다.

이중 28.6%(356명)는 취업병으로 인해 '병원 및 약물치료'를 받았으며, '가족이나 친구 등 주위사람과 상담했다'는 의견은 15.2%(189명)에 그친 반면, '혼자서 해결했다'는 18.1%(226명), '그냥 두었다'는 38.1%(475명)를 차지해 절반이상이 별다른 대책 없이 구직스트레스에 질병까지 이중고를 겪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구직활동을 하면서 겪은 심리적 강박증"으로는 27.6%(512명)가 '자신감 저하'를 꼽았으며, '실패에 대한 높은 불안감'은 23.5%(435명), '대인기피증' 16.5%(306명), '무기력감' 12.3%(229명), '과거에 대한 집착'이 8.5%(157명) 이었다. '강박증을 겪지 않았다'는 응답은 11.6%(215명)에 그쳐 대부분의 구직자가 구직강박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실패를 비관해 자살을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는 절반이 넘는 60.7%(1,126)가 '그렇다'고 응답했으며, 경력구직자(55.8%)보다는 신입구직자(64.2%)가 구직스트레스에 따른 자살충동을 더 크게 느끼고 있었다.

잡링크 한현숙 사장은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미취업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는데 혼자만의 어려움이 아닌 만큼 무엇보다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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