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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31 20:12 수정 : 2005.01.31 20:12

행정수도 논란 2라운드-
단체장에게 듣는다

② 이의근 경북지사

“행정도시, 기업도시 겸해선 안돼”

이의근 경북지사는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노무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에 대해서는 “기본방향은 옳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나아가 “역대정부가 못해온 지방분권 입법을 현 정부가 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참여정부 들어 중앙집권을 지방분권으로 바꾸는 새로운 혁신정책이 나오고 있으며 이 시기에 기반을 새로 닦지 않으면 시대에 뒤쳐질 것”이라는 주문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여야가 논란을 벌이고 있는 충청지역 행정도시의 규모나 기능에 대해서는 “여야가 국회 특위를 통해 결정할 문제”라며 구체적 의견을 밝히기를 꺼렸다. 다만 “행정도시에는 건교부·산자부·농림부 등 산하조직이 많고 지방행정과 관련된 기관을 보내고, 다른 공공기관과 기업 등은 충청 이외 지역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그래야 충청권이 새로운 수도권이 돼 충청권을 포함한 신수도권과 지방으로 나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여당이 내놓은 행정중심도시안을 둘러싸고 여야와 한나라당 내부의 논란이 한창인 31일, 경북도지사실에서 이의근 지사를 만나 신행정수도 건설과 지역 현안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참여정부 ‘국토 균형발전’ 기본방향은 공감
“충청권 도시규모 결정은 특위몫” 한발 빼
행정기능 이외엔 타지역 이양·투자 필요

-정부·여당이 최근 충청 연기·공주쪽에 인구 50만~60만 규모의 자급자족형 행정중심도시 건설 방침을 확정했는데 그 규모와 기능을 놓고 여야 간 논란이 있다. 경북지사로서 어느 정도 규모의 도시를 조성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보는가?

=구체적 규모에 대해서는 내가 말할 입장이 아니다. 여야가 국회에 특위를 만들었으니 거기서 결정할 문제라고 본다.

-그래도 경북지사로서 최근의 행정수도 논란에 대한 생각이 있을텐데.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수도권이 양보해야 한다. 하지만 충청도민들의 허탈감에 얽매여 행정수도에 버금가는 도시를 세우는 것은 무리다. 행정도시에는 공공기관 이전과 발맞추어 건교부·산자부·농림부 등 산하조직이 많고 지방행정과 관련된 기관을 보내야 한다. 행정기관은 충청권으로 보내고 그 외의 기관과 기업·혁신도시는 충청권 이외 지역으로 과감히 이전해야 한다. 행정도시의 구체적 규모는 합리적 토론을 거친 뒤 국민여론을 수렴해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 연기·공주지역에 행정도시가 들어서면 경북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중앙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영덕-서천간 고속도로 등 교통망을 통해 낙후됐던 경북북부지역과 동해안 지역이 행정도시와 연결된다. 김천, 상주, 문경, 예천 등은 행정도시와 한시간권에 위치해 서울 주변의 경기도같은 배후도시로 발전할 것이다. 또 농산물 판매가 원활해져 전원 농업도시로 발전할 수 있고 문화관광사업과 웰빙산업, 중소기업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충청권 행정도시가 경북발전에 도움이 되려면 어떤 후속 조처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가장 중요한 것이 도로망이다. 행정도시와 동해안 지역의 인적 물적 교류를 원활하게 하는 교통망을 조기에 준공해야 한다. 과거 정부는 경부고속도로와 경부선을 축으로 개발을 해왔다. 그 뒤 대전, 호남, 서·남해안 중심으로 개발축이 바뀌었다. 경북 북부와 동해안은 계속 소외돼 왔다. 이 지역의 국도는 아직 대부분 2차선이며 동해안 4차선 국도 확장작업도 2008년에야 완료된다. 이래서야 국토균형발전을 말할 수 있겠는가. 철도도 삼척까지는 건설돼 있지만 유일하게 경북 동해안에만 없다. 앞으로 남북교류가 진전되면 시베리아 유전이 철도로 연결되고, 철의 실크로드도 동해안과 연계되는데 이를 위한 준비가 전혀 안돼 있다. 동서간 인적물적교류 확대를 위해 동서고속도로 개통도 시급하다. 울진, 영주, 예천을 거쳐 충남 당진에 이르는 고속도로와 영덕-서천(충남)간 동서 고속도로를 빨리 개통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공단 조성이다. 경북의 경우 구미와 포항 이외에 이렇다 할 산업단지가 없다. 농업인구가 전국 평균 7%인데 경북의 농업인구는 24%로 전국에서 제일 높다. 취약하고 낙후된 경북의 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로 바꾸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충청권에 행정중심도시가 생기면 충청권에 자원이 집중되고 대구·경북 지역이 소외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데.

=요즘 정치권은 수도권과 충청권만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 이북과 이남으로 대한민국을 양분하는 새로운 상황이다. 충청권은 교통환경 개선으로 이미 사실상 수도권이 돼 가고 있는데 여기에 더 보태면 이분화가 가속돼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참여정부의 정책과 어긋나게 될 수 있다.

행정도시는 자급할 수 있는 규모는 돼야 하지만 기업도시 기능까지 가져서는 안된다. 수도권 기업들이 충청권 이전을 희망하는데 기업도시 기능까지 충청권에 주면 영·호남 지역으로는 오지 않으려 할 것이다. 정부가 혁신·기업도시를 지역별로 하나씩 한다고 하는데 기계적 안배는 옳지 않다. 경북지역의 면적은 충북의 2.6배, 전북의 2.4배에 이르고 권역도 바다와 내륙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또 공공기관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만으로는 국토 균형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신뉴딜정책을 통해 낙후된 경북 동해안 지역의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여나가야 한다. 경북지역이 행정도시에서 한 시간 권내에 있다는 것은 양면성이 있다. 의료·교육 등의 분야는 흡수당할 우려가 있다. 이에 대비해 철저한 준비와 투자를 해야 한다.

-지방자치가 벌써 15년이나 됐다. 행정도시 건설은 분권, 분산을 위한 첫단추일 뿐이다. 지방자치를 하루빨리 정착시키기 위해 어떤 조처가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참여정부는 분권특별법, 지방분권 5개년 종합계획등 47개 과제를 추진중이지만 아직 미흡하다. 가장 중요한 재정분권도 양여금 폐지, 보조금 정비 외에 큰 진전이 없다. 지방중소기업청, 지방환경청 등 9개 특별지방행정기관은 규제기능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치단체에 통합시켜 능률을 살리고 통합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중기청 등 3개 기관으로 축소돼 주창자로서 불만이다. 자치경찰제는 시·군 재정의 어려움을 감안해 광역화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교육자치도 행정자치와 이원화된 것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정부여당의 행정중심도시안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손학규 경기지사는 이에 대해 전향적 대처를 주문한 바 있다. 참여정부의 전반적인 국토균형발전 방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참여정부 국토균형발전정책의 기본 방향은 옳다고 본다. 지방분권에 대해 역대 정부가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입법까지는 못했다. 하지만 참여정부가 의지를 갖고 지방 분산·분권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너무 수도권에 몰릴 필요가 없고 꼭 몰려야 경쟁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소득 경쟁력만 생각하다 보니 정치도 문화도 환경도 서울 중심으로만 몰려든다. 경북과 전북 등 지방은 그동안 집중의 추구 속에 너무 소외돼 왔다. 이를 시정하지 않고는 국가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균형발전을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사회간접자본을 균형있게 배치하는 문제다. 산업입지와 교육시설 등을 골고루 배치해야 한다. 지방대를 육성해 지역 사람들이 자기 지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산업시설을 늘려 지방대 출신들이 취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균형발전의 핵심이다.

-행정도시 건설과 한 축의 수레바퀴인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견해는?

=우리가 역점을 두는 것은 한국전력과 도로공사 유치다. 한전은 전국의 모든 시·도가 신청했다. 하지만 울진원전과 월성원전 등 모두들 기피하는 원전의 43%가 경북에 있다. 월성원전 9호기까지 가동되면 원전의 80%를 경북이 보유하게 된다. 이와 연관된 한전이 경북에 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건설 물량이 많은 도로공사도 마찬가지다. 지역별 면적과 특성에 맞게 배정되려면 한전, 도로공사, 주공, 도시개발공사 등 상위권 기관중 1~2개는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경제가 어렵다는데 장·단기 처방을 구상하는가?

=경제가 어려운 것은 구조적인 문제로 특정지역의 문제는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년 중 2만6천여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사회간접자본 건설예산의 85%를 상반기 중에 집행하고 지방에서 가장 많은 1400여명의 공무원을 채용할 것이다. 또 외자유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구미중심의 전자·정보기술, 포항 중심의 나노기술·지능로봇, 경북 북부지역의 바이오 한방산업, 경주·안동 지역 중심의 문화관광사업 등 권역별 특성화 전략으로 활로를 열겠다. 오늘날 한국경제를 유지하는 것이 정보기술 분야인데 구미지역을 한국 정보기술 산업의 연구개발단지로 만들겠다. 포항에 나노집적센터를 유치하겠다. 전국 한약재의 30%를 생산하는 경북북부도 첨단 한방산업단지및 웰빙 친환경산업단지로 만들 것이다.

-지사만 11년째인데 남은 임기동안 어디에 역점을 둘 것인가?

=21세기 참여정부 들어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중앙집권을 지방분권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새로운 혁신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이 사업들의 기반을 새로 닦지 않으면 시대에 뒤쳐질 것이다. 혁신과 분권의 기반을 닦겠다. 특히 1차산업구조 중심의 지역경제를 신산업구조로 개편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

대구/글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사진 경북도청 제공


인터뷰 뒤안길

영남권 3선 도지사
수도권 집중엔 반대
‘이전론’ 선뜻 수긍못해

신행정도시 건설에 대한 영남인들의 견해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 수도권 집중의 폐해가 극복돼야 한다는 데는 반대하지 않지만 행정수도 이전의 과실이 충청권에 집중되는 것은 경계한다. 이런 점에서 “공공기관 이전과 지방재정 이양 등 실질적인 분권을 위해서라도 일단 수도권에서 중앙정부가 탈출해야 한다”는 수도 이전불가피론은 아직 이 지역에서 큰 공명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행정중심도시 방안에 대한 찬반 질문에 이의근 지사는 “정치권이 결정할 문제”라며 매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합리적 영남인’의 시각을 대변한다는 이 지사도 이런 지역 정서를 선뜻 뛰어넘지는 못하고 있는 듯했다. 초점을 비켜가는 답변에 여러차례 공연한 질문만 오갔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행정수도 문제를 둘러싸고 국가균형발전논리, 개발논리, 정치논리가 있는데, 정치논리를 떠나 통일 이후 국가균형발전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하는 관점서 바라봐야 한다”는 원칙론을 덧붙였다. 나아가 “충청권을 포함한 신수도권과 그 이남의 신지방으로 나뉠 수도 있다”면서 영·호남의 새로운 소외를 경계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이명박 서울시장이나 심대평 충남지사 모두 더 낙후된 영·호남 지역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국가균형발전이란 큰 틀에서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하자”는 말도 덧붙였다.

이의근 경북지사는 9급 공무원에서 출발해 임명직 경북도지사와 청와대 행정수석 비서관을 거쳐 11년째 민선 3기 도지사를 역임해 나름대로 입지전적 인물이다. 3기째인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투표자의 85.5%를 얻어 전국광역단체장 가운데 최다득표율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때문인지 그와 일하는 간부들은 “우리보다 일에 대해 더 해박해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며 고충을 털어놓는다. 그만큼 행정에는 ‘달인급’이란 얘기다.

영남권 유일의 3선지사로서 공직생활의 대미를 1년여 앞두고 있는 이 지사는 지난해 17건 7억달러의 외자유치를 비롯해, 동북아 자치단체 상설사무국 유치, 경주 국제엑스포 3회 개최 등 굵직굵직한 성과들을 거두며 자신이 벌여놓은 일들을 마무리 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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