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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1 19:21 수정 : 2005.02.01 19:21

“돈건넨 업체 외려 철저히 세무조사”

23년 동안 유흥업소에 한번 안가고, 접대용 음료에는 입도 안대는 국세 공무원이 있어 화제다.

국세청이 1일 ‘2004년 클린 국세인’으로 뽑은 동대구세무서 김기수(51·7급) 조사관이 그 주인공이다.

1982년에 국세 공무원에 첫 발을 디딘 그는 동료들 사이에서 ‘K.K.S’ 또는 ‘청백리’로 불린다. 소신을 잃지 않고 청빈하게 공직 생활을 하는 ‘한국형 표준’(Kim Korea Standard)이란 뜻이다.

세무 조사를 주로 하는 조사관들에겐 납세자들로부터 금품과 향응의 손길이 끊이질 않지만, 지금까지 그에겐 한번도 통하지 않았다. 원칙대로 조사하는 것이 그의 신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 섬유업체에서 세무조사에 따른 선처를 희망하며 봉투를 건넬 때도 그는 오히려 철저하게 증거자료를 수집해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신혼여행지까지 법인세 신고서를 들고가 서면분석을 할 정도로 업무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남다랐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점심 식사는 항상 구내식당에서 하고 공식적인 회식 이외에는 어떤 회식자리나 오해를 받을 만한 장소는 피했다. 30분 미만의 짧은 외출이 필요한 경우도 반드시 근무상황부에 외출 목적과 시간 등 세부내용을 기술하고 결재를 얻은 후 용무를 봤다. 감사관실 근무 때는 피감기관장이 고등학교 선배였음에도 고교 선후배와 친구, 상사들의 청탁을 뿌리치고 원칙대로 처리해 징계처분을 내리기도 했다고 한다.

김 조사관은 현재 전세 8천만원 짜리 23평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그의 아내 또한 한겨울 내내 외출복 하나로 지낼 만큼 청빈 생활을 함께 실천하고 있다. 김기주 국세청 감찰담당관은 “클린 국세인으로 적합한지 검증하기 위해 대구에 내려갔던 직원조차 김 조사관의 생활 태도를 보고 자신의 생활을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할 정도였다”며 “철저한 자기관리와 검소한 생활로 공직자의 표상이 될만 하다”고 말했다.

김 조사관은 “원칙을 지키려다 보니 상사와 동료들에게 본의 아니게 어려움을 많이 안겼다”며 “그러나 초심을 잃지 않다보니 나중에는 다들 이해해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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