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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2 18:44 수정 : 2005.02.02 18:44

지율 스님이 공정한 환경영향 평가를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한 지 100일째를 하루 앞둔 2일 낮 서울 서초구 정토회관 법당에 스님의 건강과 올바른 천성산 문제 해결을 바라며 불자들이 접은 종이 도롱뇽이 가득 쌓여 있다. 김태형 기자xogud555@hani.co.kr

목숨건 단식 3일로 100일

경부고속철 천성산 관통터널 공사에 반대해온 지율 스님의 단식이 3일로 100일째를 맞지만 타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사태를 여기까지 꼬이게 한 정부의 무성의·무능력에 대한 비판과, 사회적 토론자리를 극단적 단식에 내준 환경운동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장 조계종 총무원장은 2일 정토회관을 찾아 지율 스님을 만나 뒤 담화문을 통해 “천성산 문제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해법은 지금이라도 납득할 만한 재조사가 이뤄지는 것뿐”이라고 밝히고 지율 스님에게도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지율 스님은 1일 법장 총무원장에게 건넨 쪽지에서 “티끌처럼 낮아지고 가벼워져야 제 원력도 끝이 날 것 같습니다. 천성산과 함께한 모든 인연을 자애로운 마음으로 거두워 주소서”라고 써, 단식중단 의사가 없음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정부는 총리실을 중심으로 관계 부처가 협의에 나섰으나 수습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2일 낮에는 김수환 추기경이 지율 스님을 찾았으나 만나지 못했다.

지율 스님은 ‘3개월 발파공사 중지 및 환경영향 공동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발파 중지는 사실상 공사 중지를 뜻하고 △환경영향 평가는 이미 법적으로 끝났으며 △일개인의 요구로 국책사업을 중단하면 나쁜 선례를 남긴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 관계자는 “공동조사의 법적 근거는 없지만 (정치적으로 결정된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천성산 문제를 다루면서 처음부터 약속위반으로 신뢰를 잃었고 논쟁 당사자를 제쳐둔 채 전문가에만 의존해 갈등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재철 녹색연합 생태부장은 ”착공 이전에 공동조사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 정부가 기회를 놓쳤다”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지율 쪽 전문가만으로라도 재조사를 하겠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환경단체들도 이 사안을 애초 타협적으로 접근한 나머지 사회적 의제로 만드는 주도권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 결과 항의표시를 넘어 목숨을 건 단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박재묵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율의 단식은 근본주의적 지향과 감성적 측면이 있어 운동방식으론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근본주의는 아름답지만 정책에 반영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병상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대표는 “지율 단식의 의미는 눈앞 이익에 파묻힌 사람들과 기성 환경운동에 대한 근본적 반성을 촉구한 데서 찾아야 한다”며 “100일 동안 단식을 해서가 아니라 그 주장이 정당하다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황상철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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