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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그 때 그 사람들>의 조건부 상영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
<그 때 그 사람들>의 3분50초가 검은 화면으로 처리된 채 관객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세 장면을 삭제하고 상영하라는 1월3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의 ‘조건부 상영 결정’은 권위주의적인 검열의 논리로 힘들게 얻어낸 소재 선택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퇴행적 정치 판단의 결과이다. 입 막고 눈 가리면 정권의 안위가 지속되리라 판단했던 <그 때 그 사람들> 속의 등장인물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한국사회의 문화적 성장은 성찰과 비판을 토대로 한 것이며, 그 뿌리는 정치적 강제가 아닌, 시민들의 자발적 저항과 민주화 요구에 있었다. 말할 권리, 쓸 권리, 그릴 권리, 찍을 권리를 얻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싸워왔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지불하고 얻어낸 것은 스스로 판단할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이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예술도 검열의 족쇄에서 벗어나 창조적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으며 동시대를 예술의 소재로 삼는 문화적 역량을 갖추기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 영화는 분단의 고통을 소재삼고, 1970년대의 폭력을 그려내며, 1980년대 민주화 과정을 고백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영화들에 대해 관객들은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 보다는 작품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과 평가에 따라 호응 여부를 결정한다. 앞으로도 관객들은 지속적으로 선보일 근현대 정치사의 시나리오를 기대 속에 기다리고 있으며, 이에 대한 판단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어렵게 만들어온 문화적 성장의 토대가 사법부의 시대착오적 명령에 의해 밑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다.
영웅 신화의 번성을 조장한 실존인물 미화에 지친 시민은, 그 인물에 대한 풍자라는 동전의 반대 쪽을 궁금해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금까지의 선입견이 어디에서 근거한 것인지를 알려 한다. 그에 대한 절대적 지지를 재확인하게 될지, 비판적 시선을 강화할지는 전적으로 관객이 보고 판단할 문제이다.
‘<그 때 그 사람>은 허구에 기초한 블랙코미디이고 영화상영으로 인해 고인에 대한 평가가 크게 바뀔 것 같지 않다’고 믿으면서 삭제를 명령한 법원의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고 싶지 않다. <그 때 그 사람들>의 온전한 상영을 주장하는 것은, 시민의 문화적 성숙을 따라오지 못하는 사법부의 정신적 전근대성을 경계하자는 외침이며, 현대사를 좌지우지할 권력을 지녔던 한 인물에 의해 좌지우지 되었던 시민의 권리를 되돌려달라는 정당한 요구이다.
창작자들의 상상력을 시대에 걸맞지 않은 명령으로 가두고 시민의 눈을 가리려는 시대착오적인 판단에 대해, 제 시민단체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며, 앞으로 진행될 법적 절차를 예의주시할 것이다.
2005년 2월3일
문화연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민예총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우리만화연대 전국언론노조 한국영화감독협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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