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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3 17:35 수정 : 2005.02.03 17:35

호주제에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나온 3일 서울재동 헌법재판소 앞마당에서 이번 사건의 신청인 쪽 변론을 맡았던 이석태 변호사(왼쪽 두번째)와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왼쪽 네번째) 등 여성계 인사들이 손을 맞잡은 채 기뻐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양성평등 어긋나 헌법 불합치”…법개정 전까지만 효력

현행 호주제는 양성 평등을 보장하는 우리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영일 재판관)는 3일 호주제의 근거와 뼈대가 되는 민법 제778조와 제781조 1항, 제826조 3항의 일부가 혼인과 가족 생활에서 개인의 존엄성과 양성 평등을 규정한 헌법 제36조 1항에 위반된다며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냈다.

헌법 불합치 결정이란 심판 대상 법률이 위헌임을 확인하면서도, 곧바로 단순 위헌 결정을 할 경우 벌어질 법적 공백과 혼란을 막기 위해 법이 개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해당 조항의 효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변형 결정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호주제는 남계 혈통을 중심으로 가족 집단을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적인 제도”라며 “(호주제는) 호주승계 순위, 혼인이나 자녀의 신분관계 형성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남녀를 차별하고 있어 많은 가족들이 불편과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호주제는 당사자의 의사나 복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가족관계의 형태를 강요하고 있다”며 “개인을 가족의 존엄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가계의 유지와 계승을 위한 도구로 취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변화된 사회 환경과 가족의 형태에 비춰 호주제를 존치할 이유가 없다”며 “경로효친이나 가족 화합과 같은 미풍양속은 문화와 윤리 측면에서 얼마든지 계승·발전시킬 수 있으므로, 이를 근거로 호주제의 명백한 남녀 차별성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 조항을 곧바로 위헌으로 선고하게 되면 신분관계를 공시·증명하는 공적 기록에 중대한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에 새 호적법이 마련될 때까지 기존 조항을 잠정적으로 계속 적용하기로 한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김영일·권성·김효종 재판관은 소수의견을 내어 “가족법 영역에서 도식적인 평등의 잣대로 우리 전통문화를 함부로 재단해 전통 가족문화가 송두리째 부정되고 해체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호주제 헌법 불합치 결정은 2001년 4월 당시 서울지법 서부지원이 양아무개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 법률 심판을 제청하면서 시작됐으며, 다섯차례 공개변론을 통한 치열한 찬반 공방 끝에 4년여 만에 결론이 난 것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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