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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대궐이네” 영구임대아파트 입주신청 8년 만에 이사를 한 이보영 할머니가 "안방이 대궐 같아" 라며 이사를 도와주던 자원봉사들 사이로 방바닥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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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만의 설빔
따뜻한 이웃 정에 마음 편했던 무허가 둥지,
“막상 이사간다고 하니 왠지 서운하고 허전해”
짐이래야 뭐 있어 보따리 몇개 뿐이지.
아파트 들어서는 길 “우리집 정말 대궐같지”
깊게 팬 주름진 얼굴에 모처럼 환한 웃음꽃 올해 설은 넉넉하겠네
“어젯밤에 얼마나 추운지 얼어 죽을 뻔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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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무허가 건물이지만 수십년 살아오는 동안 이웃집 모두가 친구이자 가족처럼 지내 왔어. 집 근처에, 내가 죽으면 장례를 치러 줄 성당이 있어 마음이 편했는데, 이사를 간다고 하니 왠지 서운하고 허전하네.”
이씨는 이사 전날 저녁부터 조금씩 챙겨두었던 이삿짐 보따리를 하나둘 대문 밖으로 옮겨 놓았다. 동이 트자 이사를 도와줄 안양시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도착했다. 옆집에 살고 있는 한 할머니가 찾아와 가루비누와 두루마리 휴지를 건네며 “내가 다리가 아프지 않아야 이사를 도와 줄 텐데 …미안해요”라는 인사를 건네면서도, 이내 이씨가 부러운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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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혼자 사니 몸이 아플 때가 제일 견디기 힘들다는 그는, 몸 구석구석 어디 한군데 안 아픈 곳이 없다며 긴 한숨을 내 쉬었다.
전국적으로 집계된 홀몸노인 64만3천 여명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 홀몸노인은 20만6600여명이나 된다. 건설교통부 공공주택과의 한 관계자는 입주신청에서 입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2년이라고 말하지만, 안양시 동안구의 경우에는 최소 5년에서 10년을 넘기는 경우도 흔하다. 이씨는 8년 전에 영구임대아파트를 신청해 두었는데 이제야 입주하게 되었다며 연신 벙글벙글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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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궐 같아! 여보게, 우리집 정말 대궐 같지?” 아파트에 들어선 이씨가 자원봉사자들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1t 트럭도 다 채우지 못한 이삿짐은 옷가지와 이불 보따리 2개 그리고 냄비 한개 등이 전부다. 이삿짐을 옮기고 정리하는 데 걸린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
설이 다가온다. 이씨는 지난해 설처럼 올해도 혼자서 설을 맞이한다. 그나마 바람 술술 들어오는 무허가 건물이 아닌 대궐같은 임대아파트에서.
사진·글 김봉규 기자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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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진 내복에 지난 삶이… 이사 전날 난방도 되지 않은 부엌 벽면에 올겨울을 이겨낼 내복이 걸려 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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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뿐인 부엌세간 할머니의 부엌세간은 양은 냄비 하나가 전부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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