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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여봤냐?” 흘리고다녀 3년6개월전 살인사건 덜미 |
‘사람을 죽여 봤느냐?’
3년6개월 동안 미궁에 빠져 있던 살인사건이 경찰의 끈질긴 수사와 범인이 흘리고 다닌 ‘살인 고백’으로 해결됐다.
2001년 8월14일 밤, 서울 지하철 마포역 부근에서 귀가하던 회사원 박아무개(당시 23살·여)씨가 괴한의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마침 비가 오는 상황이어서 범인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묻힐 뻔했던 사건은 2003년 3월 피의자 김아무개(24)씨가 별건의 강도상해 혐의로 붙잡히면서 미제사건 서류 더미에서 빠져나왔다.
김씨의 훔친 차 안에서 피 묻은 칼이 나온 것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김씨의 주변 사람들을 탐문하며 수사를 벌이다 지난달 김씨의 직장 동료였던 한아무개(25)씨한테서 “김씨가 ‘살인 고백’을 했다”는 결정적 진술을 확보했다. 김씨가 살인을 저지른 이듬해 서울 구로구의 한 월셋방에서 함께 지내던 한씨에게 “비 오는 여름밤 마포 지하철역 부근에서 여자를 칼로 찌른 뒤 도망쳤다. 그 여자의 영정 사진이 꿈에 보여 괴롭다”며 자신의 범행을 고백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2003년 영등포 구치소에서 알게 된 배아무개(29)씨에게도 “사람을 죽여 본 사실이 있느냐? 비밀로 해달라”며 범행 사실을 말한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4일 현장검증을 한 뒤 강도상해죄로 현재 서울 영등포교도소에 수감된 김씨에게 살인 혐의를 추가해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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