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16 19:36
수정 : 2019.10.1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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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10월14일 오후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서울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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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10월14일 오후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서울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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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아무개(52)씨에게 시험 문제지와 답안지를 건네받은 웅동학원 교사 지원자들이 필기시험에서 만점을 받는 등 지원자 중 최고 성적으로 정교사에 임용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 전 장관의 동생은 모친인 박아무개 이사장의 집에서 시험지를 빼돌려 지원자에게 건넨 대가로 2억1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겨레>가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실에서 입수한 채용비리 ‘브로커’ 박아무개씨와 조아무개씨의 공소장을 보면, 웅동학원 사무국장이었던 조 장관 동생은 2015년 가을께 초등학교 후배인 박씨에게 “1억5000만원의 돈을 주고서 웅동중학교 정교사로 채용되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 그 돈을 받으면 소개료를 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 그해 11월 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이었던 공범 조씨도 같은 제안을 받았고, 이후 박씨와 조씨는 교원 임용 대상자를 물색했다.
박씨와 조씨는 그해 12월 경남 창원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사회과 교원 자격증 소유자로 중학교 정교사 채용을 원하던 ㄱ씨의 어머니를 만나 “2016년 1월7일 지원서를 접수하는 웅동중학교 사회과 정교사 1명에 대해 채용시험에 합격하게 해주겠으니 대가로 1억30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 제안을 수락한 ㄱ씨의 어머니는 착수금 명목으로 이들에게 3000만원을 넘겼고, 이후 박씨는 조 장관의 동생이 모친 박 이사장의 집에서 빼돌린 1차 필기시험 문제지와 답안지를 ㄱ씨의 어머니에게 넘겼다. 박씨는 그 대가로 나머지 1억원을 건네받아 이를 조 전 장관의 동생에게 전달했다.
ㄱ씨는 결국 1차 필기시험에서 만점을 받아 합격했다. 이후 조 전 장관의 동생은 2차 수업실기시험 과제와 면접시험 예상질문도 알아내 박씨에게 전달했고, 박씨는 이를 ㄱ씨의 어머니에게 알려줬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ㄱ씨는 2차 수업실기시험에서도 응시자 5명 중 최고점수인 95.5점을 받아 2016년 웅동학원 사회과 교사 최종합격자로 임용됐다.
기간제 교사로 일하던 ㄴ씨도 ㄱ씨와 거의 유사한 방식으로 웅동학원 정규직 교사가 되었다. 박씨는 ㄴ씨의 아버지로부터 착수금 1000만원을 받고 마찬가지로 조 전 장관의 동생이 모친의 집에서 빼돌린 1차 필기시험 문제지와 답안지를 건네줬고, ㄴ씨는 ㄱ씨처럼 1차 필기시험에 만점을 받고 합격했다. 이후 2차 수업 실기시험 과제와 면접시험 예상질문도 같은 방법으로 알아낸 ㄴ씨는 응시자 5명 중 최고점수인 96.4점을 받아 웅동학원의 2017년 신규교사로 임용됐다. 조 전 장관의 동생은 그 대가로 성공보수금 7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소장에는 조 장관의 동생이 지난 8월 채용비리 의혹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조씨와 박씨를 도피시키려 한 정황도 자세히 기술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의 동생은 언론보도가 나오자 박씨에게 “조씨를 만나 언론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받아오라”고 지시했고, 실제로 박씨는 조씨에게 허위 사실확인서와 인감증명서까지 받았다.
또 조 전 장관의 동생은 박씨에게 “조씨에게 잠잠할 때까지 필리핀에 나가 있으라고 하라”고 했고, 같은 날 조씨는 필리핀 마닐라로 출국했다. 도피자금 350만원은 조 전 장관의 동생이 마련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는 지난 15일 박씨와 조씨를 배임수재, 업무방해죄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주범’격인 조 전 장관의 동생에게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현 단계에서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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