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04 15:23
수정 : 2019.11.0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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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의 영입 추진 보류와 관련, ‘공관병 갑질’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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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의원 되면 비서관을 공관병처럼 부릴 것”
군인권센터 “육군 병영생활규정도 모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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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의 영입 추진 보류와 관련, ‘공관병 갑질’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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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인재영입 대상에 올랐다가 번복된 박찬주 예비역 육군대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과거 공관병 갑질 사건은 갑질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여러 피해자들이 증언하며 한국 사회를 뒤흔든 ‘갑질 사건’을 놓고 박 전 대장이 “부모가 자식을 나무라는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주장하자 시민단체들은 “반성하긴커녕 갑질을 부모의 가르침에 비하다니 황당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노무사·변호사 등 노동전문가 단체인 직장갑질119는 4일 보도자료를 내어 “박찬주 전 대장이 오늘 기자회견에서 자신과 부인의 행위에 대해 ‘갑질이라는 용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황당한 주장을 한 것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며 “공관병의 업무가 아닌 감을 따게 하고, 골프공을 줍게 한 지시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행하는 부당한 대우’로 명백한 갑질, 괴롭힘”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박 전 대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자신의 갑질 행적을 놓고 “부모가 자식을 나무라는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제가 부려먹는 게 아니라 편제표에 나오는 대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박 전 대장 부부가 벌인 공관병 갑질 사건의 피해 병사 규모는 30여명에 이르렀고 그의 부인은 폭행 및 감금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직장갑질119는 자료에서 올해 7월16일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상세 조항을 들어 박 전 대장의 ‘갑질행위’를 조목조목 짚었다. 이 법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직장 내 괴롭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는데, 박 전 대장이 ①지위의 우위를 이용해 ②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③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가이드’에도 “사적 심부름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일을 하도록 지속적·반복적으로 지시”하는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명시돼 있다”며 “자신의 갑질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갑질은 부모와 스승의 가르침과 비유하는 황당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박 전 대장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의원 비서관들을 공관병처럼 대하지는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박 전 대장의 공관병 갑질행위를 고발했던 군인권센터(센터)도 이날 성명을 내어 박 전 대장의 반박 기자회견 내용을 재반박했다. 센터 쪽은 “자신의 행동이 갑질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부모가 자식에게, 스승이 제자에게 내린 훈계였을 뿐이라 이야기하며 군대에 인권이 과잉되었다고 주장하는 박찬주를 보니 왜 그토록 끔찍한 갑질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자행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박 전 대장이 ‘감 따는 일’을 공관병의 임무라고 한 데 대해선 “4성 장군이 규정도 모르고 병사들을 노예마냥 취급한 셈이니 군 기강 문란이란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규탄했다. 육군 병영생활규정 제3절 ‘장병 사병화 금지’ 관련 조항인 제52조는 ‘병력 및 근무병 운용간 금지 사항’을 담고 있는데 ‘어패류·나물 채취, 수석·과목 수집 등은 지시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공익제보를 받아 박 전 대장의 갑질을 폭로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에 대해 박 전 대장이 이날 “삼청교육대 교육을 한번 받아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4성 장군을 지내고 국회의원에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공식 석상에서 전두환 군부 독재 시절에 운영되던 탈법적인 삼청교육대를 운운하다니 실로 충격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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