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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6 18:14 수정 : 2005.02.06 18:14

설을 사흘 앞둔 6일 낮 서울역에서 신림교회가 주최한 노숙인 일요예배에 참석한 이들이 예배 도중 힘겹게 모은 천원짜리 한 장을 헌금함에 넣고 있다.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이웃 도우며 자활다짐 “내년 설엔 고향가야죠”

“언젠가 저도 선물을 싸들고 고향에 갈 날이 오겠죠.”

설을 사흘 앞둔 6일 낮, 고향을 찾는 사람들로 붐비는 서울역. 철길 위를 가로지르는 구름다리 위에서 오래도록 빨지 못한 옷과 부스스한 머리의 이아무개(52)씨가 꼬깃꼬깃 접은 천원짜리 한장과 100원짜리 동전 몇 개를 꺼내 북한 어린이 돕기 성금함에 집어넣었다. 일용직으로 날품을 팔아 모은 돈의 일부다. 부산이 고향인 이씨는 구름다리 밑으로 지나가는 기차를 바라보며 “내년 설엔 반드시 저 기차를 타겠다”고 말했다.

이날 점심을 먹기 위해 구름다리 위에 모인 노숙인은 모두 40여명. 이 가운데 10여명이 어렵사리 모았을 ‘푼돈’을 주머니에서 털어냈다. ‘공치는 날’이 더 많은 ‘노가다’를 뛰며 받은 일당, 정부가 주는 얼마 안 되는 생활보장비, 구걸로 받은 돈도 섞여 있다.

“도움만 바라던 분들이 남을 돕게 되면서 스스로 자활 의지를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3년 동안 매주 일요일 이들의 점심을 챙겨온 김용삼 신림교회 목사는 “이렇게 2년 동안 모은 돈이 벌써 250만원”이라며 “희망을 잃었던 이들도 동전 하나의 힘에 자신감을 되찾게 된다”고 말했다.

500원, 천원 ‘거금’ 털어 북 어린이 돕기등 한몫

김 목사의 말처럼 500원짜리 동전의 힘은 단순히 빵 하나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굶던 이들이 굶는 아이들을 돕고, 집 없는 이들이 다른 이들의 집을 짓기 위해 나섰다. 이들의 성금은 북한 어린이와 남아시아 지진해일로 고통을 받는 이들에게 전달됐다. 지난 2003년에는 태풍 매미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을 위해 65만원을 모으기도 했다.

한때 서울역에서 3년간 노숙생활을 했던 조아무개(62)씨는 이날 예전 같으면 하루를 버틸 수 있는 ‘거금’인 2천원을 꺼내 들었다. “찾아다니니까 일이 생기더군요. 지난해 여름부터 서울역 의자에서 근처 15만원짜리 쪽방으로 ‘집’을 옮겼습니다.” 조씨는 모질게 마음 먹고 술도 끊었다. “해보겠다고 마음 먹었던 사람들도 또다시 술을 찾고 절망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역 안에서 노숙인이 숨지자 일부 노숙인들이 서울역 집기를 부쉈던 일이, 그래서 더욱 안타깝습니다.”

김 목사는 “서울시가 검토하고 있는 강제수용 방침은 이분들의 절망만 키울 것”이라며 “조씨처럼 노숙인에서 쪽방으로, 쪽방에서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과 자활의지를 북돋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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