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07 19:07
수정 : 2005.02.07 19:07
번쩍이는 자동차가 지나간 뒤 희뿌연 먼지가 인다. 좁다란 길을 따라 낡고 누런 철문 앞에 다다르면 주름이 쪼글쪼글한 할머니가 두 팔 벌려 반갑게 맞이한다. 고향은 할머니의 손맛이다. 그 따스한 손으로 집어주는 각종 설음식의 여운은 도시로 돌아온 뒤에도 내내 입안을 휘젓는다.
이천순 할머니는 광주광역시 담양군 창평면에서 60년째 손맛을 부려 우리네 전통 엿을 만들고 있다. 고운 쌀을 쪄서 우윳빛 연한 엿을 만든다. 아들과 쭉쭉 잡아당기다 보면 뭉뚝하고 손바닥만 했던 그것이 가늘고 긴 엿이 되어 차곡차곡 쌓인다. 송송 구멍이 뚫린 엿맛을 복잡한 도시의 손자들은 잊을 수가 없다. 지구가 몇 바퀴 돌아도 고향은 여전히 이 맛이리라. 알음알음 소문이 나서 주문이 밀려온단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고향 엿과 함께 설 연휴의 정을 다시 느껴보자.
글·사진 = 박미향 기자 blue@economy21.co.kr
[사진설명] 1. 엿의 재료가 되는 식혜물을 졸이고 있다.
2. 엿을 만들기 위해 아들과 갱엿을 늘리고 있는 이천순 할머니.
3. 늘린 엿을 자르기 전에 유연하게 구부린다.
4. 완성된 엿을 먹기 좋게 자르고 있다.
5. 완성된 ‘창평할머니’ 엿
6. 주문판매하는 엿을 이천순 할머니가 다듬고 있다.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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