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 진학을 꿈꾸며 예술고등학교에 진학, 올해 고3 학생이 되는 황혜인 양은지난해말 감기 정도로 여긴 병이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로 좀체 낫지 않아 종합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은 끝에 `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같은 판정을 받았다.
더욱이 황 양에게 필요한 혈소판은 `성분혈액'이어서 수급 자체가 원활하지 못한 데다 헌혈 과정도 번거로워 제때 헌혈자를 찾지 못하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서울에 연고가 없던 황 양의 부모가 백방으로 헌혈자를 찾아다니는 동안 혈소판수가 계속 줄어든 딸은 면역기능이 떨어져 폐와 간 등 장기가 온통 부어올랐다.
설상가상으로 다른 이들에겐 즐겁기만 한 설 연휴를 앞두고 혈액원의 혈소판 재고량마저 바닥나 황 양은 사실상 항암치료가 불가능했고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같은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은 서울 성동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 의경 12명은 여동생같은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팔을 걷어붙이기로 결심했다.
의경들은 지난 4일 황 양이 입원해 있는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혈액 적합여부를 검사받은 뒤 12명 중 4명이 먼저 혈소판을 헌혈했다.
황 양은 이들로부터 수혈을 받고 지난 7일부터 사흘간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장기가 붓는 현상 등이 완화되면서 `위험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황 양의 어머니 이경희(45.대구)씨는 "투병 중인 딸 때문에 이번 설은 정말 가슴을 쥐어짜며 보냈다"며 "담당 의사도 `운이 좋았다'고 할 정도로 위급했던 딸을살려준 의경 분들에게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헌혈해 나섰던 박성홍 수경(23)은 "사회에 있을 때는 봉사의 기회가 없었는데의경 복무 중 마지막으로 맞는 설에 누군가 도울 수 있어서 뿌듯했다"면서 "황 양이건강을 되찾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흐뭇해했다.
의경들은 황 양이 추가로 항암치료를 받은 동안 혈소판이 부족해질 경우, 수시로 병원을 찾아 헌혈을 해 주기로 약속했다고 방범순찰대 관계자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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