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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대생인수 로비수사 제자리걸음 |
검찰, 한화 ‘닫힌 입’ 원망만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 과정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설 연휴를 지나면서 ‘내리막길’로 접어든 양상이다.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비자금 8~9억원의 향방을 캐고는 있지만, 성과가 별로 없어 보인다.
대검 중수부 수사팀은 설 연휴 전후에도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김연배 한화증권 부회장,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비서 장아무개씨 등을 불러 조사했지만, 이들은 계속해서 입을 다물고 있거나 검찰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사이 김 부회장의 기소 만기일인 15일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
◇ 상식적 의심 못푸는 수사= 4개월여에 걸친 수사에서 검찰이 한화의 ‘로비대상’이었던 것으로 밝혀낸 인물은 전윤철 감사원장(당시 경제부총리)과 이부영 전 의원, 단 2명 뿐이다. 검찰은 10일 현재까지 “이들 2명 이외에 수사 중인 정·관계 인사는 없다”면서 “두 명을 밝혀낸 것도 성과”라고 말하고 있지만, 세간의 의혹과는 거리가 멀다.
한화가 당시 대생 매각여부를 결정할 공적자금위원회의 위원장이던 전 원장에게 15억원을 건네려 했고, 야당 비주류에 불과했던 이 전 의원에게도 1억원을 들고 접근할 정도였다면, 당시 김대중 정권의 실세들에게도 로비 시도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은 상식적 의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채권을 추적해서 나온 것 말고는 한화 쪽에서 도대체 진술을 하지 않는 데, 우리도 달리 도리가 없지 않느냐”고 항변한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가 지난해 부영 비자금 사건과 닮은 꼴이라는 시각도 있다. 두 사건 모두 대검 중수부가 수사했지만, 채권을 추적해서 나온 사람 말고는 추가로 돈 받은 이를 밝혀내지 못했고, 그 결과 세간의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한 것 등이 공통점이라는 분석이다.
◇ “입찰방해 밝힌 것은 큰 성과”= 정·관계 로비 수사가 생각만큼 잘 안풀리는 탓인지, 검찰은 최근 들어 한화의 입찰방해 혐의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한화가 대생 인수를 위해 이면계약까지 맺어가며 외국 보험사를 끌어들인 사실이야 말로 이번 수사에서 밝혀낸 최대 성과라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대검 중수부가 수사하면 반드시 정·관계 ‘거물’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은 낡은 것”이라며 “이번 수사를 통해, 1997년 구제금융 이후 업계의 관행으로 굳어진 이면계약이 사라지고 정책 변화가 가능해진다면 검찰로서도 보람있는 일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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