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10 23:06
수정 : 2005.02.10 23:06
총선 입후보자의 개인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그를 반대하는 글을 올린 행위도 선거법 위반에 해당돼 유죄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지난해 제17대 총선을 앞둔 3월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홈페이지에 비방 글을 올린 혐의(선거법 위반 등)로 기소된 회사원 김아무개(34)씨의 상고심에서, 탈법 방법에 의한 문서 게시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깨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국회의원 후보자인 박근혜씨를 반대하는 내용의 문서를 게시한 것은, 선거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탈법한 방법에 의한 문서의 배부·게시행위’에 해당한다”며 “선거법의 관련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할 수 없는 만큼, 김씨의 행위에 헌법 합치적 법률해석 방법을 적용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원심(2심) 재판부는 “일반 국민이 (후보자 자신이 개설한) 홈페이지상에 그 정치인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 행위는 자유이고, 합헌적 법률 해석의 원칙상 공직선거법(제93조)이 이를 금지하고 있지 않다고 해석함이 정당하다”며 “따라서 김씨가, 허위 사실이 포함되어 있는 글을 박근혜씨의 홈페이지에 올린 행위를 허위사실 공표 등으로 처벌함은 다른 차원의 문제로 하더라도, 이를 탈법행위에 의한 문서 등 게시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이어 “선거법의 관련 조항(제93조 1항)을 형식적으로 해석·적용하여 김씨가 한 것과 같은 행위를 탈법으로 보게 되면 후보자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정치적 의견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지만, 그와 정치적 의견을 같이하거나 달리하는 국민은 정치적 의견 개진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며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국민의 정치적 의사 개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결과가 되어 위헌(과잉금지 원칙의 위반)이라고 판단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 제93조 1항은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광고·인사장·벽보·사진·문서·도서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기타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표의 홈페이지에 모두 16차례에 걸쳐 비방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정보통신망 이용관련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250만원의 유죄를,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송호창 변호사는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 등 다양한 선거운동 방식을 강하게 규제하는 것은 후진국에나 있는 일”이라며 “구시대적인 선거법의 잣대를 들이밀어 법원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
 | | 김씨가 홈피에 올린 글
“이제 독재자, 살인자의 딸로서 사회봉사 활동하면서 아버지의 죄를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하시지. 왜 그리 말을 해도 못 알아먹고 사시나… 쯧쯧 당신도 아버지와 같은 길을 가려고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지만, 연좌제가 없어졌다지만, 이번 국회에서 마지막 비웃음은 정말 추하기 그지없었답니다. 당신은 아니오. 자격이 정말 없소. 왜냐, 당신 아버지 때문에 가정이 파탄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누명을 벗게 먼저 하시고, 진심 어린 맘으로 사회봉사 고아원 양로원 가서 봉사활동을 하시지. 꼭 내 말 명심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아버지와 똑같은 길로 끝이 좋지 않으니, 그리고 박 의원 아닌 딴 사람은 토달지 마시길….”(김씨가 박근혜 의원 홈페이지 minihp.cyworld.nate.com의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
| |  |
 |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