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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1 15:41 수정 : 2005.02.11 15:41

“내부 전산망 접근용 단말기 카드 하나만 있으면 수십조원의 허위 입금이 가능하다(?)” 농협 직원이 동그라미가 12개나 붙는 천문학적인 돈인 조(兆) 단위의 거액을 허위 입금한 사건은 금융기관 직원들의 허술한 입.출금 시스템을 그대로 보여줘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1일 경찰과 농협측에 따르면 경북 안동 P농협 K지소 박모(42) 지소장은 설 연휴 직전인 7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66조원을 공범인 차모(59)씨의 계좌로 허위 입금(무자원 입금)했다.

박씨의 허위 입금 사실은 차씨가 1시간뒤 서울시내 한 농협지점에서 다른 계좌로 이체하려다 거액 이체를 수상히 여긴 직원들의 신고로 경찰에 덜미를 잡혀 ‘희대의 송금 사기 사건’은 해프닝으로 그쳤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시골 단위농협 지소장 신분인 박씨가 어마어마한 돈(1만원짜리로 10t 트럭 726대 분량)을 입금 처리할 수 있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범행당일 지소장으로 발령받아 첫 출근을 한 박씨는 부하직원 2명 가운데 1명이함께 근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11시 58분부터 12시 21분까지 23분간 한번에 2조원씩 모두 33차례에 걸쳐 66조원을 입금했다.

이는 박씨가 단위농협 책임자로서 농협내부 전산망 접근용 단말기 카드를 자신이 관리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일반인이 신용카드로 현금을 입출금 하듯 손쉽게 단말기에 카드를 그어 입금 처리를 한 것이다.

더욱이 농협측은 해명자료에서 “박씨가 5-6년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아오고 당일에는 신내림 증상 등 정신이 혼미한 상황에서 숫자개념이 상실돼 송금을 조작하게됐다”고 밝혀, 부적격 인사를 책임자로 앉힌 것 자체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박씨의 허위입금에 대한 거래중지 시점도 “전산감사반이 허위 입금 직후돈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었다”, “20분뒤 전임 지소장이 발견하고 거래중지를 요청했다”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농협측은 “5천만원 이상의 입.출금은 전산상시감사반이 정상 여부를 재확인하는 사고예방 기능을 갖추고 있다”며 “허위 입금 사실은 곧바로 적발됐으며경찰에는 공범이 나타난 뒤에 신고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씨는 20년 가까이 농협에 근무했으며 평소 내성적인 성격에 성실한 근무태도를 보였으나 주식투자 실패로 거액을 날린 뒤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박씨가 범행 의도가 뚜렷했다면 상식적으로 인출 가능한수억이나 수십억 단위를 입력한 뒤 곧바로 인출했을 것”이라며 “인출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허위 입력한 것은 제3자의 협박에 의한 불가피한 상황에서 행해진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일부는 단말기 조작 실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무튼 박씨의 행위에 대해 농협측이나 경찰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가지않는다는 표정이다.

농협측은 앞으로 고액 송금에 대해서는 자체 승인제도를 도입하는 등 2-3중의안전 장치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범행후 서울에서 연락이 끊긴 박씨 주변 사람들을 상대로 계속적으로 자수를 권하고 있다.

(안동=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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