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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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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미술관’ 출간
발로 찾아가고 가슴으로 쓴 여성미술 순례기, <길 위의 미술관>(제미란 지음, 도서출판 이프 펴냄)이 새로 나왔다.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창간 때부터 아트디렉터로 일한 지은이가 나이 사십에 유럽으로 떠나 세계적인 여성 미술가 13명의 삶을 품고 돌아왔다. 그가 그리는 열세명의 삶은 처절하다. 퐁피두 미술관 옆 화려한 색감의 스트라빈스키 분수로 유명한 프랑스 현대미술의 대표작가 니키 드 생팔. 그의 낙천적인 작품들은 열한 살에 친아버지에게 강간당했던 경험을 극복한 뒤에야 나왔다. 보스니아 내전의 강간과 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피부 위에 쓰는 예술로 표현해 화제가 됐던 제니 홀처의 경우, 그의 어머니는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강간의 체험 때문에 평생 고통받았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프리다 칼로도 있다. 런던 테이트 갤러리에서 열린 프리다 칼로 회고전에 찾아간 지은이는 “그림 속에 상처와 고통을 몰아놓고 그 고통으로부터 조용히 빠져나가는” 프리다의 그림들을 외면하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내가 공명해버리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은 그의 글은, 그래서 기행서라기보다는 순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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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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