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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3 22:02 수정 : 2005.04.13 22:02

첫째,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으며 왜곡, 미화를 즐긴다.

둘째, 상대가 원해서 해줬을 뿐이라고 우긴다.

셋째, 자신의 가해를 상대도 좋아했을 뿐만 아니라 도움마저 됐다고 큰소리친다.

넷째, 왕년엔 피해자가 자기 거였다며 공공연하게 입맛을 다시기도 한다.

다섯째, 사죄를 요구하면, 사죄하건 말건 그건 내 맘이니까 상관하지 말라고 ‘똥배짱’을 부린다.

여섯째, 피해자들의 히스테리 때문에 신변상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한껏 엄살을 부린다.

이것이 고이즈미 총리를 비롯한 일본 우익이 자신들의 전쟁범죄를 설명할 때 보여주는 태도다. 일본 내에서는 고이즈미 총리가 우익 중 개혁성향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으나 실망스럽게도 그가 이끄는 내각의 전쟁사관은 시시각각 극우성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일찌감치 선진국 대열에 오른 국가가 이처럼 전근대적인 ‘배째라’식의 논리로 일관해도 되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특히 그들의 뻔뻔함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성폭행 가해자 그 중에서도 반성을 모르는 파렴치한들과 별 다를 바가 없는 태도와 주장이다. 그들이 점령한 땅과 그 땅의 여성들을 동시에 유린하고, 훗날 그 과오에 대해 ‘마초적 대응’으로 일관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강간이 아니라 ‘화간’이었다’, ‘가해자에게도 인간적 고통이 있다’ 는 등등. 이런 일본의 태도는 전쟁이 왜 성폭력과 불가분의 관계인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된다. 게다가 왕년의 ‘잘나가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기라도 하듯, 고이즈미 총리는 종종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다. 그는 슬쩍 웃으며 마치 이렇게 중얼거릴 것 같다. ‘영웅은 여자를 좋아하고, 또 전쟁도 좋아한다.’

어찌됐든 시간이 흘렀고, 이제 한국은 피해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고 있다. 과거 식민지적 상황은 ‘나 혹은 우리 민족’이 못나서가 아니며, 일본의 이기적이고 폭력적 행동에서 비롯됐음을 확신하게 됐다. 피해 사실을 널리 알리고 가해국의 사과를 받아내는 일은, 전쟁의 재발을 막기 위한 매우 정당한 정치적 행위임도 인식하게 됐다. 그 일에 앞장선 이들이 군위안부 경험을 가진 할머니들이다.

이젠 오히려 일본 우익의 정권하에서 자라고 있는 차세대들이 걱정이다. 야만적 전쟁을 은폐하고 미화해서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는 발상은 마치 과거 아비가 저질렀던 성폭력을 인간적으로 미화해서 아들에게 가르치는 것만큼이나 끔찍하다. 그것이 어떤 이기적 발상에 의한 것이든 결국 자기 자식의 입에 독을 떠넣고 있는 형국이 아닌가.

박미라/ 페미니스트저널 <이프> 편집위원 gamoo2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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