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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2 14:17 수정 : 2005.11.24 11:01

30대 중반의 한 여성이 첫 아이를 낳은 후 건강한 모습으로 아이를 안고 있다. 강남차병원 제공 \

[생활의발견]‘생활의 발견-출산을 앞두고’
3. 직장여성 임신하면 어떻게 달라지나?

“회사 다니죠? 어떤 일을 하세요? 임신 초기(1~3개월) 가장 중요한 건 정신적·신체적 안정입니다. 절대 무리하면 안 됩니다. 태아의 주요 기관이 형성되는 시기인데다 유·사산의 위험이 가장 높아요.”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내게 담당의사는 첫 진료에서 거듭 당부했다. 나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유·사산이라… 별 일 있겠어? 흔한 것도 아니고. 알아서 잘 크겠지.”

하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스스로 얼마나 ‘자만’과 ‘무지’ 속에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임신 초기 ‘유·사산’의 위험은 나를 포함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욱이 직장생활을 하는 임신부는 신체적·육체적 안정을 취할 수 없는 현실에 누구보다 높은 유산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하지만 현실은 임신으로 인한 ‘해고’ 위협을 받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하게 만들었다. 매달 다니는 병원 정기검진도 눈치가 보이고 현실적으로 ‘야근 및 연장근로, 휴일근로’ 등에서 “난 임신했으니 빠지겠다”고 말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너 몰랐니? 나도 유산됐었잖아”


“너 몰랐니? 나 유산됐던 것. 임신 초기엔 특히 조심해야 해. 임신사실 되도록 빨리 회사에 알려 힘들 때는 양해를 구해.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거나 야근 및 연장, 휴일근무에서 빼달라고 요청해. 꼬박꼬박 병원 다니고,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한 징후가 나타나면 바로 병원에 가고.”

친구나 선후배, 가족과 친지들의 당부도 의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임신을 하고 나서야 안 사실인데 주변에는 첫 아기를 가졌을 때 유산한 사례가 유난히 많았다. 쌍둥이를 임신했던 대학동기, 또 다른 대학동기와 초등학교 교사인 사촌, 회사 선배까지…. 아마 그래서였으리라.

‘유·사산’의 시기와 증상은 차이가 있었지만, 이들에게는 ‘맞벌이 임신부’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임신으로 인한 불안감과 스트레스 외에 과중한 업무. 임신 사실을 바로 회사나 상사에게 알리지 못했던 경우를 비롯해 업무강도나 업무시간 등이 임신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특히 1달에 한 번꼴로 진행되는 병원 정기검진과 관련해서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임신 전에는 생리휴가 명목으로 유급의 ‘보건휴가’가 주어지지만 임신 뒤에는 쓸 수 없다. 다만, 공무원들에 한해서만 검진휴가가 주어진다. 때문에 많은 임신부가 연월차나 반차 휴가를 내 진료를 받는 사례가 많다. 임신부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배려(?)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법 현실인 것이다.

임신부 처지에서는 “회사와 동료, 선후배에게 미안해서…”, “임신부라고 해서 특별대우 받기 싫어서, 나만 혜택 받는 것 같아서…”, “업무에 지장을 줄까봐, 동료 가운데 나만 낙오자가 될까봐…”, “딱 까놓고 눈치 보이잖아, 안 그래?”

건강이라면 걱정없던 나도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이는 뱃 속에 있을 때부터 강인하게 키워야 해. 세상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지”라고 자위하며, 임신 초기 정시 출퇴근 외에 새벽 3시까지 이어지는 야근과 휴일근무를 꼬박 견뎌냈다. “슈퍼우먼이 되려 하지 말라”는 주변의 염려가 있었지만, 막 임신 4개월에 접어들기 시작한, 지난해 12월부터 야근업무에 빠지면서도 난 “이제 위험한 시기 지나서 괜찮은데…”라며, 스스로 몸을 혹사할(?) 생각까지 했었다.

“아이는 뱃속부터 강인하게 키워야. 세상이 만만치않다는 걸 알아야지”



그러나 어떤 것이든 ‘과‘하면 ‘화’를 부르기 마련이다. 특히 회사는 임신사실을 알리지 않은 여성에게 절대 먼저 배려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 임신부가 직접 그 ‘권리’를 찾아나서야 한다. 사회적으로 저출산 문제가 화두가 되고, 정부에서도 각종 지원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여전히 현실 내 일터에서의 인식은 그다지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 “임신했다고 대놓고 ‘나가!’라는 곳도 있는데 그것에 비하면 여긴 다행이지…”라는 게 다수 임신한 직장여성의 생각이다.

임신 중 유·사산의 위험은 누구에게나 노출돼 있지만, 그로 인한 고통과 피해는 결국 여성 자신과 가족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유·사산의 위험을 떠나, 야근이나 연장 근로 또는 휴일근로나 출장 등이 잦은 일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더 신경써야 한다. 직장이나 상사의 눈치만 살필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안 된다”고 말할 용기를 내야 한다.

현행 모성보호관련법을 보면, “모성보호를 위해 임신 중인 여성 또는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여성의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와 근로자 대표 협의를 거쳐 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해 임산부의 동의 없는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데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내년부터는 자연유산 또는 사산한 여성 노동자에게도 45일간 유급의 출산휴가가 주어진다는 보도다. 유·사산 때 여성은 출산 때와 마찬가지로 안정과 휴식이 필요하지만 지금까지는 며칠 몸조리도 못한 채 바로 업무로 복귀하는 일이 예사였다.

“그래도 대놓고 ‘나가라!’고 안하는 게 어디야?”

“유·사산 걱정은 나중 문제지. 대놓고 ‘나가라!’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 나도 잘릴까봐 임신 망설이고 있잖아.” (공공기관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이아무개씨)

“지금은 그냥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배 불러오기 시작하면 그만두려고. 회사에서도 은근히 부담스러워하고,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압력을 넣어서 말이야.” (미술학원 강사 김아무개씨)

민주노총 자료에 따르면, 일하는 여성의 70%가 비정규직 노동형태로 고용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임신 이후에도 직장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여성은 ‘선택받은 여성’이라고 인식될 법하다. 여전히 비정규직 여성이나 중소규모 사업장 종사여성들은 여전히 ‘임신=해고’라는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법적으로는 임신에 따른 해고는 ‘불가’지만 말이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는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성별, 혼인 또는 가족상의 지위, 임신 등의 사유로 이유 없이 채용 또는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대우를 하거나 불이익한 조치를 하는 것”을 금지, 근로여성의 혼인, 임신, 또는 출산을 퇴직사유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진다. 법은 또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등의 징벌을 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해 사실상 임신부의 ‘인사상 불이익’이나 ‘부당해고’도 원칙적으로 막고 있다.

그러나 많은 여성들이 아이를 갖고 싶어도 ‘잘릴까봐’ 망설이고, 그런 사례는 숱하디 숱하다. 이때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 만약 임신을 이유로 반강제퇴직을 당하거나 당할 위협에 처하면, 회사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노동사무소나 노동청을 찾아가 진정서를 내라. 그러면 근로감독관이 조사를 실시할 것이다. 만약 위반 사실이 인정되면 사용자가 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 것외에 해당 근로자는 원직으로 복귀되고, 그동안 취업했다면 받았을 임금 전액을 배상받을 수 있다. 물론 회사 복귀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임신한 직장여성이 임신에도 불구하고 직장에서 ‘모성보호’를 위협받을 상황이거나, 어떤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지 궁금하면 노동부 노동종합상담센터로 전화를 걸어 상담하면 된다.

전화 : 1544-1350(전국공통)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모성보호관련법이란?

단독 법률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기준법·남녀고용평등법·고용보험법 등에서 모성보호와 관련된 법안들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2001년 6월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관련 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같은해 7월23일 국회 본회의의 법안 확정을 거쳐 8월6일 국무회의에서 공포안이 의결돼 2001년 11월1일부터 시해됐다. 주요 내용은, 출산 전후 휴가 확대와 육아휴직 급여 지급, 남녀고용평등법 적용대상의 확대, 간접차별 개념의 구체화, 성희롱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이며, 세부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출산 휴가의 연장으로, 60일에 불과하던 기존의 출산휴가가 90일로 연장되고, 산후 휴가는 최소 45일이 보장된다. 또 휴가 기간의 급여는 종래 회사가 지불하던 60일의 임금 외에 나머지 30일의 임금은 고용보험과 정부 재정에서 지급하되, 하한선은 최저임금인 월 47만4600원, 상한선은 135만원이다.

둘째, 유급 육아휴직 제도를 신설해, 배우자인 여성이 근로자가 아닌 경우에도 남성 근로자가 자유로이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였고, 휴직자는 소득의 일부를 고용보험에서 지급받는다. 즉 2001년 11월1일부터 6개월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한 생후 1년 미만의 영아를 가진 여성근로자와 배우자인 남성근로자 중 1명은 월 20만원을 받고 1년 범위 안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셋째, 남녀 고용평등에 관한 규정으로, 기존의 5인 이상 사업장에서 1인 이상의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되며, 1999년 도입된 간접차별의 개념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고용상 차별행위를 예방할 수 있게 했다. 즉 사업주가 체중·신장 등의 근로조건을 동일하게 적용하더라도 그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남성 또는 여성이 다른 특정 성에 비해 현저히 적고, 그에 따라 특정 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며, 그 기준이 정당한 것임을 입증할 수 없는 경우를 간접차별로 규정했다.

그밖에 채용·승진 및 직장 내 성희롱 등 성차별을 당한 근로자의 권리구제 절차를 정비하였고, 정년·퇴직·해고와 관련된 남녀 차별이나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 육아휴직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나 해고 등을 한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넷째, 여성의 연장·야간·휴일근로 제한 규정을 조정해 18세 이상의 여성은 당사자간 합의 또는 본인이 동의한 경우에 한해 야간·휴일근로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모성보호를 위해 임신 중인 여성 또는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여성의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와 근로자 대표협의를 거쳐 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다섯째, 성희롱 행위의 처벌을 강화해, 성희롱 행위를 한 사업주에 대해서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벌칙 규정을 신설하였고, 사업주가 성희롱 행위자에 대해 징계를 내리지 않을 경우에는, 과태료를 기존의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 전체 파견근로자의 60%를 넘는 여성 근로자의 보호를 위해 파견 여성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에게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그밖에 여성의 갱내 근로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되, 의료·취재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며, 근로기준법상 기존에 사용하던 ‘여자’라는 용어를 버리고, 가치 중립적이며 사회적 존재로서의 지위를 나타내는 ‘여성’으로 바꿔 진취적이고 평등한 여성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유산·사산 휴가, 가족 간호휴직제 등은 도입하지 않아 이들 조항을 꾸준히 주장해 온 여성계·노동계·시민단체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고, 기업은 기업대로 개정된 모성보호 관련법안이 노동자 쪽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등 논란이 계속돼 왔다.

한편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1일 당정협의회를 열어, 내년부터 여성 노동자가 유산이나 사산을 할 경우, 45일의 유급휴가를 주는 ‘유·사산 휴가제’를 주도록 하는 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또 또 여성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90일치의 출산휴가 급여 전액도 고용보험과 정부 일반회계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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