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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여성에게 더 가혹한 ‘비정규직 수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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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006 고용 형태 성별 비교
이전의 취업형태가 지금껏 영향
‘상태의존성’ 남성보다 배나 높아
최명숙(53·여)씨는 10여년 동안 호텔에서 룸메이드로 일해 왔다. 처음 두 직장에서는 계약직으로, 마지막 일했던 곳에서는 용역회사 소속 노동자로 일했다. 모두 비정규직 일자리였다. “정규직이 될 수 있는 통로가 없으니 별수 있나요?” 정규직 룸메이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리가 나지 않을뿐더러 있던 정규직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그는 “‘호텔업의 꽃’이라며 업계에서는 룸메이드를 전문적인 일로 치켜세우지만, 정작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정규직 일자리는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중학교 졸업의 학력으로 룸메이드를 하기 전까지 줄곧 전업주부로 지냈던 최씨로서는 정규직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직종에 도전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는 한번 비정규직이 되면 정규직으로 옮겨가기 어렵기 때문에 ‘비정규직은 수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특히 최근 한 연구는 비정규직의 비중이 높은 여성 노동자들이 남성 노동자들보다 비정규직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밝혀냈다.
김우영 공주대 교수와 권현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발간된 <여성연구> 2008년 1호에 실은 ‘비정규 일자리 결정의 동태성과 성별 비정규직 비중의 격차 분석’이라는 연구 논문에서, 여성의 비정규직 ‘상태 의존성’이 남성보다 갑절 가량 높다는 점을 밝혔다. 상태 의존성이란 이전 취업 형태가 지금 취업 형태에 영향을 끼치는 정도를 가리키는 말로, 이전에 비정규직이었던 사람이 지금도 비정규직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면 상태 의존성이 높다는 걸 뜻한다.
연구는 2002~2006년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바탕으로 노동자들의 과거와 현재의 고용형태를 비교해 드러난 상태 의존성을 수치화했는데, 성별 비교 결과 여성의 비정규직 상태 의존성은 0.646으로 남성(0.379)의 두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전년도 비정규직이던 노동자가 다음해에도 비정규직일 확률도 남성이 최근 4년 동안 40~50% 가량으로 나타난 반면, 여성은 60~70%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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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정규직-비정규직의 이행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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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지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가는 ‘징검다리’ 구실을 전혀 못 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동안 교육·훈련이나 경력 관리를 통해 정규직으로 갈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 일자리 이동에 가장 심하게 발이 묶인 계층이 드러난 만큼, 이들에게 초점을 맞춘 정책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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