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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구주 비율 31% 전세임대 입주했어도
일 시작하면 자격상실 주거비 보조 도움 절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 가장들에게 가장 큰 부담은 ‘집’이다. 이혼 뒤 아들 둘을 홀로 키우는 박은정(43·가명)씨는 쉼터와 월셋방을 거친 뒤 여동생 집에 머물렀다. 그러나 두 가족 여섯 식구가 살기에는 15평 아파트는 비좁고 불편했다고 했다. 빚 때문에 신용대출은 불가능했고, 국민기초생활 수급 대상자가 아니어서 영구임대주택 신청 자격도 없었다. 그나마 임대주택은 물량이 없어서 10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한국여성재단의 ‘여성 가장을 위한 긴급자금 지원 사업’을 통해 대출한 돈으로 최근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5만원짜리 집을 구할 수 있었지만, 박씨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지금 하는 일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이고 아이들에게 쓸 돈은 늘어갈텐데 …. 살 집만이라도 좀 안정됐으면 좋겠어요.” ‘빈곤의 여성화’ 현상에 대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여성 가구주들은 특히 주거 문제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가장들에게 긴급자금을 빌려주는 사업을 하는 한국여성재단은, 올해 226명 가운데 178명(78.8%)이 주거비를 마련할 용도로 대출을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주거비가 여성 가장들의 가장 절박한 문제임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8월 김혜승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최저 주거기준 미달가구 규모와 실태 조사’를 보면, 최저 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가구 가운데 여성 가구주 비율이 31%로, 일반 가구 가운데 여성 가구주 비율 21.9%보다 훨씬 높았다.
최저 주거기준은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기 위한 최소한의 주거생활 기준으로, 주택법에 면적·시설 등에 대한 다양한 기준들이 제시돼 있다. 사회 취약계층일수록 최저 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은데, 여성 가구주에게 그 경향이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여성 한부모 가장 이희숙(38·가명)씨는 2년 전 세 아이와 함께 전세임대주택에 입주했다. 단칸방에서 살며 잔병치레를 해야 했던 이씨는, 전세금 2천만원 가운데 일부를 내고 달마다 이자만 내는 전세임대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러나 기초생활 수급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자립 문제’가 걸린다고 했다. 일을 시작해 근로소득이 생기면 수급권이 없어지고, 수급권이 없어지면 수급권자 자격으로 입주한 전세임대주택은 재계약을 하기 어렵게 된다. 10살이 안 된 아이들의 보육 문제도 걸린다. 이씨는 “자립 필요성도 잘 알고 자활 경험도 있지만, 집 문제를 생각하면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심경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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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인 관악구 신림7동 난곡마을. 5일 오후 버려진 가재도구들이 어지러이 널려있는 빈집.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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